박희영 서울 용산구청장이 이태원에서 대규모 압사 사고가 발생한 29일 참사 발생 직전 두 차례나 현장 근처를 지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2일 용산구에 따르면 박 구청장은 이태원 참사 당일 오후 8시 20분과 9시를 조금 넘어 두 차례 이태원 '퀴논길'을 지나갔다.
'퀴논길'은 참사가 발생한 해밀톤 호텔 옆 골목의 도로 맞은편에 있는 상가 뒷길로, 사고 현장에서 184m가량 떨어져 있다. 도보로 4분 거리다.
용산구는 순시나 순찰 목적이 아닌, 우연히 그 시간대를 지나간 것이라는 입장이다. 구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박 구청장이 지방 일정이 있어서 다녀오는 길에 구청 근처에서 내려 퀴논길을 걸어가게 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해당 시간은 이미 대규모 인파가 이태원에 몰려있던 때다. 당일 오후 6시 34분 압사 가능성을 거론한 첫 신고가 들어왔고, 박 구청장이 퀴논길에 도착하기 11분 전인 오후 8시 9분에도 상황의 심각성을 알리는 신고가 접수됐다.
근처를 지나면서도 현장 상황을 파악하지 않은 점과 관련해 용산구청 측은 "평상시 주말 수준의 이태원이라고 생각한 것"이라며 "박 구청장도 '그럴 줄 알았으면 나도 (이태원역 주변으로) 갔을 텐데, 나도 가볼걸'이라고 말한다"고 전했다.
박 구청장이 당일 지방 출장을 간 것에 대해선 "자매도시인 경남 의령군에서 축제가 있었고 초청 공문을 받아 다녀온 것"이라고 했다.
한편 박 구청장은 사고 발생 소식을 주민 제보로 당일 오후 10시 51분에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달 31일 녹사평역 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압사 사고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한 뒤 "구청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다했다", "이태원 핼러윈 행사는 주최 측이 없어 축제가 아니라 현상으로 봐야 한다" 등의 발언을 해 논란을 빚었다.
이후 지난 1일 공식입장문을 통해 "관내에서 발생한 참담한 사고에 대해 구청장으로서 용산구민과 국민 여러분께 매우 송구스럽다"며 "구청장으로서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 부족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 수습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애도기간이 끝나고 사고수습이 완료되면 구청차원에서 사전 대응에 미흡한 부분은 없었는지 꼼꼼히 확인하고 향후 면밀한 대책을 수립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