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인들의 요구는 언제나 뒷전입니다. 국회는 늘 ‘검토해보겠다’ ‘빨리 통과시켜주겠다’는 거짓말뿐입니다.”
인천의 한 제조업체 대표는 “올해 안에 기업승계 관련 세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으면 내년 수백억원 규모 투자 계획을 접을 것”이라며 이같이 토로했다. 70대인 그는 자녀에게 회사를 물려주면서 신규 사업에 투자할 계획이었지만 가업상속공제 제도 내 업종 변경 제한 규제가 발목을 잡았다. 정부가 이 부분을 포함한 기업승계 규제 개선책을 지난 7월 발표했지만, 야당의 반대 기류 탓에 국회 통과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도처에서 중소기업의 한숨이 늘고 있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高) 복합 위기’ 파고가 높고 위기에 대비할 체력을 비축해야 하건만, 중소기업의 숨통을 틔워줄 법안들은 국회에서 낮잠만 자고 있다. 원자재 가격 변동분의 납품가격 반영을 위한 납품단가연동제는 제도가 검토된 2008년 이후 14년 만에 처음으로 정부가 올해 도입을 결정했다. 여야 모두 최우선 처리를 약속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회 논의가 수개월째 미뤄지면서 연내 시행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그사이 각종 원자재 가격은 이미 다락같이 올랐다.
기업승계 세제 개선안도 국회에 족쇄가 채워졌다. 정부가 가업상속공제 한도를 높이고 적용 요건을 대폭 완화했지만, 야당의 ‘부자 감세’ 프레임에 막혀 한발도 못 나가고 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지난달 여야 대표를 연달아 만나 “기업승계는 ‘부의 대물림’이 아니라 ‘책임의 대물림’이자 ‘제2의 창업’”이라며 “올해 안에 꼭 통과시켜달라”고 호소했지만,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국회 앞에서 제도 개선이 막힌 것은 이들뿐만이 아니다. 주 52시간제에 더해 1주일에 8시간 추가 근무가 가능한 30인 미만 기업의 ‘8시간 추가 연장 근로제’도 국회에서 ‘2년 연장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올해 말 폐지될 위기다. 중소기업 인력난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주 52시간제도 법(근로기준법) 개정이 시급하지만 국회는 손을 놓고 있다.
대구지역 한 뿌리업체 대표는 “예전 같으면 정부와 국회를 좀 더 설득해보려고 노력했겠지만, 정부 문턱을 넘은 사안조차 아무리 외쳐도 메아리가 없어 많은 중소기업인이 망연자실하고 있다”고 전했다. 더는 국회가 중소기업의 혁신 성장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돼선 곤란하지 않을까. 여야가 당리당략으로 접근하기보다 초당적으로 협력할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