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감추고 보조금 '꿀꺽'…정부, 부정수급 환수 나선다

입력 2022-11-02 16:02
수정 2022-11-02 18:06

홀로 아이를 키우는 한부모 가정은 매달 10만~20만원의 자녀 양육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단, 소득 수준이 충분히 낮은 경우만 해당한다. A씨는 이혼한 후 자녀를 키우며 이 보조금을 신청해 돈을 받았다. 별다른 벌이가 없던 A씨는 소득 요건을 충족한다고 봤지만 전 남편으로부터 받은 양육비를 누락한 채였다. 정부는 이를 부정수급으로 판단해 환수 조치하기로 했다.

정부가 국고보조금 통합관리시스템을 통해 파악한 결과 A씨처럼 보조금을 부정수급한 사례는 지난 2019~2021년 25만3000건에 달했다. 금액으로는 1144억원이다. A씨 외에도 아동센터 대표자가 소득을 감추고 지원금을 받은 경우, 보육시설 운영자가 아동 수를 부풀려 더 많은 돈을 받은 경우, 요양병원에서 허위진료기록부를 작성한 경우, 시공업체가 허위 사진을 올려 자재비를 부정수급한 사례 등이 적발됐다.

하지만 이중 절반 가량은 부정수급액을 환수하지 못한 상태다. 최근 3년간 적발한 부정수급 보조금의 환수율은 올해 3월 기준으로 55.0%(629억원)에 그치고 있다.

정부는 2일 최상대 기획재정부 2차관 주재로 '보조금 부정수급 환수실적 점검 회의'를 열고 올 연말까지 환수율을 70%까지 높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부정수급 보조금 적발 사례가 많은 보건복지부, 국토교통부,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5개 부처와 합동 회의를 열고 보조금 환수 강화 방안을 검토했다.

우선 정부는 연내 환수가 어려운 미수납 채권 환수업무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위탁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채권 추심 전문 기관인 캠코가 환수 업무에 나서면 환수율이 올라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적발실적 관리도 강화한다. 현재는 중앙부처에서 1년에 한 번 연초에 'e나라도움'에 적발실적을 입력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상반기와 하반기에 각 1회씩 실적을 입력하도록 해 보다 촘촘하게 적발·환수 실적을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회의에 참석한 5개 부처도 자체적으로 환수 강화 방안을 마련했다. 복지부는 정기적으로 확인 조사를 진행해 환수 대상 보조금을 발굴하고 부정수급 관련 시스템 모니터링과 지방자치단체 감사, 시설 행정조사, 관련 담당자 교육으로 사후 관리에 나설 예정이다.

고용부는 저소득자 분할 납부 추진 등으로 환수율을 높이고 환수대상액만큼 향후 지급할 보조금을 줄이는 방식 등을 도입해 징수 절차 이행 관리를 개선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주거급여 부정수급 환수 실적을 높이기 위해 지자체를 독려하고 실적 부진 지자체는 중점관리대상으로 지정해 집중적으로 살펴보겠다는 계획이다.

여가부도 부정수급 관리 현황 점검을 늘리고 실적이 저조한 지자체에 환수를 적극적으로 독려하겠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캠코에 위탁해 미수납 채권 환수에 나설 계획이다. 다만 소송 등으로 환수가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는 점도 설명했다.

배지철 기재부 재정성과심의관은 "현재 55%인 부정수급 보조금 환수율을 70% 이상으로 높이는 것이 목표"라며 "각 부처가 연말까지 (환수율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보조금 지출 구조조정도 단행했다. 국고가 들어가는 민간보조사업은 원점에서 검토해 지출 재구조화를 진행했고 일몰이 도래한 500개 보조사업도 연장평가를 진행했다. 2016년 61조4000억원에서 2022년 102조3000억원까지 늘어난 보조금 예산이 내년 예산안에는 소폭 줄어든 101조4000억원 반영됐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