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도 애도의 한 방식"…공연 줄취소에 뮤지션들 소신 발언

입력 2022-11-02 09:47
수정 2022-11-02 09:48


"음악만 한 위로와 애도가 있을까요."

지난 1일 밴드 긱스, 정원영 밴드로 활동한 정원영이 SNS에 올린 글이다. 그는 "모든 공연을 다 취소해야 하느냐"고 반문하며 이 같은 생각을 밝혔다.

이태원에서 발생한 대규모 압사 사고의 여파로 대중음악 공연이 줄줄이 취소를 결정한 가운데, 일각에서 음악 또한 애도의 한 방식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싱어송라이터 생각의 여름(본명 박종현)은 지난달 31일 자신의 SNS를 통해 "이번 주에 하기로 한 두 공연의 기획자들께서 공연을 진행할지 연기할지를 정중히 여쭤왔다"며 "고민을 나눈 끝에 예정대로 진행키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예나 지금이나 국가기관이 보기에는 예술 일이 유흥, 여흥의 동의어인가 보다. 관에서 예술 관련 행사를 애도라는 이름으로 일괄적으로 닫는 것을 보고 주어진 연행을 더더욱 예정대로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이어 "공연이 업인 이들에게는 공연하지 않기뿐 아니라 공연하기도 애도의 방식일 수 있다"며 "하기로 했던 레퍼토리를 다시 생각하고 매만져본다. 무슨 이야기를 관객에게 할까 한 번 더 생각해 본다. 그게 내가 선택한 방식이다. 모두가 동의할 필요는 없지만, 함부로 판단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가수 장재인은 해당 게시물을 자신의 SNS에 공유하며 동의의 뜻을 표했다.

라디오 작가 배순탁도 자신의 SNS에 "언제나 대중음악이 가장 먼저 금기시되는 나라. 슬플 때 음악으로 위로받는다고 말하지나 말던가. 우리는 마땅히 애도의 시간을 통과해야 한다. 그러나 애도의 방식은 우리 각자 모두 다르다. 다른 게 당연하다. 방식마저 강요하지 말기를 바란다"는 글을 남겼다.

앞서 지난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한 골목에서 핼러윈을 즐기기 위한 인파가 몰려들며 대규모 압사 사고가 발생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이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현재까지 156명이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