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잡앤조이=이진호 기자/이수완 대학생 기자] 최근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인기리에 종영하면서 발달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발달장애인은 사회적으로 많은 차별과 불합리한 대우를 받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달 발표한 2021년 발달장애인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15세 이상 발달장애인 5명 중 1명(20.3%)만 취업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발달장애인은 여러 부분 중 특히 취업 부분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개인과 기업에 재사용할 수 있는 물품을 기증받아 판매한 수입금으로 발달장애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곳이 있다. 밀알복지재단 산하 사업으로 시작한 ‘굿윌스토어’ 다. 밀알복지재단 산하 굿윌스토어는 2011년에 첫 번째 매장 밀알 송파점 오픈을 시작으로 현재는 전국적으로 16개의 매장이 있다. 굿윌스토어는 대부분의 매장직원들을 발달장애인으로 채용하고 있다.
11년 동안 굿윌스토어의 여러 매장을 거치면서 현재 밀알 송파점을 이끌어가고 있는 박경호 원장을 6일 매장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게 굿윌스토어의 핵심목표”라며 “굿윌스토어가 1호점을 오픈했을 때 함께했던 발달장애를 가진 직원이 40여명이었다”고 말했다. 11년이 지난 지금 전국 16개 지점에서 발달장애인 290여명이 굿윌스토어에서 일하고 있다. 박 원장은 “굿윌스토어가 성장을 하면서 초창기의 7배가 넘는 발달장애를 가진 사람들과 함께하고 있다”며 “이것이 그동안 굿윌스토어가 이뤄낸 가장 큰 성과”라고 말했다.
굿윌스토어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그 일자리가 지속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업입니다. 일을 하고 싶을 때 불리한 조건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중에 특히 장애인들은 현실에서 많은 장벽에 부딫혀 힘들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굿윌스토어는 이러한 장애인들에게 일할 기회를 제공하면서 사회적기업을 지향하는 일터입니다.”
원장님께서는 어떻게 굿윌스토어 밀알 송파점을 운영하게 됐나요.
“원래는 밀알복지재단에서 직원으로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재단에서 굿윌스토어 사업을 준비하기 시작했고 그 단계에서부터 관여하게 됐습니다. 2011년에 굿윌스토어의 첫 매장인 밀알 송파점에서 총괄국장으로 일을 시작해 6년 정도 근무를 하다 다른 지점으로 가게 됐습니다. 작년 8월에 다시 밀알 송파점 원장으로 오면서 매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기증은 어떻게 이뤄지나요.
“기증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우선 기증자들이 물건들을 들고 직접 매장에 방문해 기증하거나 아니면 따로 기증자들이 매장에 물품 수거신청을 하면 직접 방문해서 물품들을 수거해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수거가 불가능한 지역이거나 물품이 소량일 경우에는 택배로 기증 받고 있습니다. 기업이나 단체들에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기증캠페인을 진행하고 물품들을 모아놓으면 직접 기업에 방문해 물품을 전달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기증품은 어떻게 구성이 돼있나요.
“정말 많은 물건이 기증 됩니다. 방문 수거, 방문 기증, 택배 수거 이 세 가지 방식으로 들어오는 물품을 합치면 하루 평균 200건 정도가 됩니다. 그중 대부분이 의류입니다. 생활용품, 잡화, 도서, 소형가전, 신발 등 다양한 품목들로 구성이 돼 있습니다.”
굿윌스토어가 지속해서 성장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굿윌스토어는 기본적으로 기증자들이 기증해준 물품을 재판매하는 시스템입니다. 기증품이 없으면 영업을 못 하는 구조이지만 기증자들이 계속해서 상품을 기증해주고 기증자도 늘어나 꾸준히 성장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장애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스스로 성장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핵심 가치를 지키기 위해 굿윌스토어가 흔들리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했기에 지속해서 성장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굿윌스토어에 11년 동안 일하면서 힘든 점이 있다면.
“제일 힘든 점은 초심을 잃지 않고 굿윌스토어의 기본원칙들을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점인 거 같습니다. 굿윌스토어의 여러 가지 기본원칙 중 가장 중요한 게 ‘인간 존중’인데 여기서 말하는 인간 존중은 고객에 대한 존중뿐만 아니라 장애인 직원들에 대한 존중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장애인 직원들이 가끔 실수를 하거나 일을 복잡하게 만들 때가 있지만, 기본원칙을 되새겨 인내심을 가지고 조직을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굿윌스토어에는 자원봉사자들도 많이 있습니다.
“개인 봉사자뿐만 아니라 많은 기업에서도 주중에 시간을 내 자원봉사를 하러 옵니다. 그중 오뚜기 회장님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굿윌스토어와 오뚜기는 2013년부터 인연을 맺게 됐는데 지금도 제품 기증, 임직원 물품 기증 캠페인, 정기 봉사활동, 선물 세트 임가공 위탁을 진행합니다. 특히 오뚜기 회장님께서는 기업 회장님답지 않은 정말 소탈한 모습으로 매장에 오셔서 열심히 자원봉사를 합니다.”
최근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인해 발달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뜨겁습니다. 원장님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사회에서는 장애인들을 비장애인들과 다르고 특별하게 생각해 구분을 짓습니다. 장애인들만을 위한 무엇인가를 하려고 하는데 그러지 않고 ‘유니버셜디자인’처럼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가 동일하게 편의를 누릴 수 있는 사회시스템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목표가 어떻게 되나요.
“현재 굿윌스토어가 16개의 지점을 가지고 있고 연말에 매장 2개, 내년에는 매장 5개를 오픈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추세로 굿윌스토어가 전국적으로 퍼져나가 100호점을 돌파해 보다 더 많은 발달장애인분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게 굿윌스토어 전체의 장기목표입니다. 이와 더불어 현재 운영하는 밀알 송파점 2호점을 만들어 더 많은 장애인에게 일할 기회를 제공하는게 개인적인 목표입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나라 사회에는 사회적으로 소외돼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장애인, 경력단절 여성, 북한이탈주민 등 많은 사람들이 현실 속에서 많은 장벽에 부딪히며 힘들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차별받지 않고 이 사회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모두가 행복하게 잘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굿윌스토어는 물건 재사용을 통한 환경보호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환경보호가 제대로 이뤄지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기증이 이뤄지고 물품이 재사용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국 샌디에이고 굿윌의 경우 연간 기증 횟수를 지역 내에 있는 가구 수로 나누었을 때 가구당 1번 정도의 기증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현재 밀알 송파점은 송파구 기준으로 가구당 0.06번 정도의 기증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1가구당 0.06번의 기증도 실제로 77그루의 나무를 심는 효과를 내 탄소를 저감하고 환경을 보호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줍니다. 그래도 아직은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물건들이 쉽게 버려지지 않고 활발하게 재사용하는 문화가 사회적으로 확산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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