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축제에 간 잘못" 유족 울리는 2차 가해

입력 2022-11-01 18:09
수정 2022-11-21 14:50
이태원 참사 희생자에 대한 조롱과 혐오가 온라인을 중심으로 확산해 경찰이 강력 대응에 나섰다. 희생자들의 죽음을 희화화하거나 지인들을 매도하기 위한 가짜뉴스까지 유통돼 빈축을 사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태원 핼러윈이라는 특수성에 자신과는 상관없다는 인식이 팽배해지면서 나타난 반사회적 결과”라고 분석한다.

1일 SNS와 포털 뉴스 댓글에 참사 희생자를 비난하는 글이 다수 게재되고 있다. 희생자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담긴 뉴스에는 “놀 거면 느그들끼리 알아서 조용히 놀 것이지”, “밤에 놀다가 죽으면 애도하고, 수준 봐라” 등 이들에게 죽음의 책임을 돌리는 내용의 댓글이 달렸다. 몇몇 네티즌은 희생자들을 공격하는 글을 자제하자는 유명인의 SNS로 단체로 몰려가 악플을 달기도 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게 추모냐?ㅋㅋㅋ 인스타용 아님?”이란 제목으로 올라온 게시글은 희생자들을 애도하기 위해 조성된 이태원역 1번 출구 추모 공간을 ‘SNS에 올리기 위한 포토존’이라며 격하했다. 이 커뮤니티에는 “외국 축제에 간 그들 잘못” “역시 술담배, 마약하는 애들”이라는 글이 다수 게재돼 있다.

희생자들을 폄훼하기 위한 가짜뉴스도 활개치고 있다. SNS에서는 사고 현장에서 다량의 마약이 발견됐다는 루머가 퍼졌다. 희생자들이 누군가가 나눠준 마약 막대 사탕을 먹고 쓰러지면서 사고가 시작됐다는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다.

정부는 희생자들을 공격하는 여론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경찰은 희생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에 대해 고소·고발 전에도 직접 나서서 수사할 방침이다.

구성우 성균관대 교수는 “도가 넘는 비판은 공동체 전체에 큰 해악”이라고 지적했다.

구민기 기자 k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