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달러화 가치가 오르는 ‘킹달러 현상’으로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국내외 사모펀드(PEF) 운용사 간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달러로 투자금을 조달하는 해외 PEF는 원화로 이뤄지는 국내 M&A 입찰에 공격적인 가격을 제시하면서 알짜 매물을 싹쓸이했다. 반면 토종 PEF는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면서 국내 M&A 시장에서 소외되고 있다.
1일 한국경제신문이 올 들어 국내외 PEF가 인수를 완료했거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5000억원 이상 대형 M&A 거래를 전수조사한 결과, 총 7건 중 5건은 해외 PEF가 인수자였다. 미국 PEF인 베인캐피털이 올해 4월 6700억원에 의료기기 업체 클래시스를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유럽계 베어링PEA는 PI첨단소재(매각 규모 약 1조3000억원)를, 캐나다계 브룩필드는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의 산업가스설비(약 1조원)를 인수했다. 3조원 규모의 구강 스캐너기업 메디트도 최근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GS·칼라일그룹 컨소시엄을 선정했지만 인수는 사실상 미국계 PEF인 칼라일이 주도했다. 인수 대금의 90%를 칼라일이 댔기 때문이다.
올해 순수 토종 PEF의 인수 거래는 E&F프라이빗에쿼티(PE)가 KG ETS 폐기물사업부를 5300억원에 매입한 게 유일하다.
한 대형 PEF 관계자는 “올 들어 원화 대비 달러화 가치가 30% 정도 급등해 해외 PEF는 M&A 입찰에 나설 때 그만큼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상황”이라며 “국내 M&A 시장에서 외국계 독주 현상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