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신고내역 공개되자 '강공'…"정부 무능으로 인한 참사"

입력 2022-11-01 17:59
수정 2022-11-02 01:04
‘이태원 압사 참사’ 이후 ‘수습과 위로’를 앞세웠던 더불어민주당이 이틀 만에 정부 대응을 정면 비판하며 공세에 나섰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발언 논란 등으로 국민 분노가 커지고 있다고 보고 ‘책임 규명’으로 초점을 전환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1일 정책의원총회에서 이태원 참사에 대해 “명백한 인재이고, 정부의 무능과 불찰로 인한 참사가 맞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저희가 책임 규명을 보류하고 정부의 수습 노력에 최선의 협조를 다하겠다고 충분한 시간을 드리고 있음에도 정부 당국자들은 대통령부터 총리, 장관, 구청장, 시장까지 하는 말이라곤 ‘우리는 책임이 없다’가 전부”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부 누구도 이 사건에 대해 ‘책임이 있다, 국민의 생명을 지켜주지 못해 죄송하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며 “정치인은 국민의 삶에 무한 책임을 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사고 원인과 책임 소재에 대해서도 따졌다. 그는 “사태 수습은 당연히 해야 하지만, 이에 더해 왜 천재지변도 없는데 아무 이유 없이 가족·친지·이웃이 영문도 모른 채 죽어가야 했는지 원인을 규명해야 한다. 당연히 책임 소재를 따져야 한다”며 “지금부터 이 사고가 왜 발생했는지, 피할 수 있는 사고였는지 철저히 규명할 때가 됐다”고 밝혔다. 당 지도부는 전날까지 애도 분위기를 이어가는 듯했지만 당국자들의 책임 회피성 발언에 비판 여론이 일자 대정부 강공으로 태세를 바꾼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와 경찰에 대한 민주당의 비판 강도는 이날 오후 ‘112 신고 접수 녹취록’이 공개되자 더 거세졌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1일 공개된 녹취록은 시작에 불과하다”며 “민주당은 국회법이 허용하는 방법을 통해 모든 사실관계를 파헤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빗발치는 신고가 있었음에도 경찰이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그 누구든 간에 합당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자신의 SNS에 112 신고 녹취록 전문을 내걸고 경찰을 비롯한 정부 당국을 질타했다. 국회 부의장을 지낸 김상희 의원은 “소름이 끼친다. 충분히 피할 수 있는 참사였다”며 “자그마치 11차례 시민들의 강력한 요구를 경찰은 외면했다”고 했다.

윤건영 의원은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막을 수 있는 참사였다”며 “최초 신고 때만 제대로 대응했어도 꽃 같은 청춘들은 구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권인숙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해 “명백한 업무상 과실치사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행정 참사”라며 “재난 및 안전 관리의 책무를 방기한 직무유기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설지연/양길성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