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5대 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이 코로나19 사태 후 처음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은 부실 위험이 큰 개인사업자의 대출 문턱을 높이고, 개인사업자들은 이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대출을 자제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1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314조8077억원으로 9월(315조2679억원)보다 4602억원 감소했다. 이들 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이 줄어든 것은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시작한 2020년 초 이후 처음이다. 국민은행은 2019년 5월 후 처음으로 개인사업자 대출이 감소했다.
대출 잔액이 줄었다는 것은 만기가 도래해 상환된 대출만큼 신규 대출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시중은행 여신담당 임원은 “경기 악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은행들이 부실 위험이 큰 개인사업자들의 대출 신청을 신중하게 처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금리 부담을 느낀 개인사업자들이 스스로 대출을 줄인 것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은행들은 지난 9월부터 정부 정책에 따라 코로나19 피해를 본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연 7% 이상 고금리 사업자 대출을 저금리로 바꿔주고 있다. 지난달엔 부실 차주인 개인사업자 및 소상공인의 원금을 최대 80% 감면해주는 새출발기금도 출범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채무 부담을 줄여주는 정부 프로그램이 가동되고 있는데도 개인사업자 신규 대출이 늘지 않고 있다”며 “시중금리가 너무 가파르게 올라 만기가 돌아온 차주들이 대출 연장에 나서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통상 개인사업자 대출은 만기가 1년이다. 기준금리로는 3개월 양도성예금증서(CD) 연동금리, 3개월 코리보(KORIBOR·국내 은행 간 단기 기준금리), 금융채 6개월 만기 등을 사용한다. 이날 기준 금융채 6개월 만기 금리는 연 4.44%로 1년 전(연 1.35%)보다 3.09%포인트 뛰었다.
반면 대기업과 중소기업 대출은 증가하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5대 은행의 대기업 대출 잔액은 107조1474억원으로 전달보다 6조6651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3조1066억원(594조4167억원→597조5233억원) 증가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