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찰은 외환 투자업체 A사에 대한 수사에 들어갔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달러를 싸게 산 뒤 ‘고점’에서 팔아 매일 3~5% 수익을 내준다고 광고하는 방식으로 투자자들을 현혹했다는 설명이다. 업체가 AI를 내세워 투자금을 끌어모았지만 실제로 AI 시스템을 썼는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홈페이지에 적힌 주소 역시 공실 상태인 사무실이었다
AI가 각 분야에서 주요 키워드로 떠오르면서 ‘무늬만 AI’인 기업이나 서비스가 판을 치고 있다. 전문가들이 “투자를 하든 서비스를 쓰든, 일반인들도 AI 기본 지식은 있어야 눈 뜨고 코 베이지 않는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단순 반복 연산을 하면서 ‘AI 기반’이라고 주장하는 서비스도 적지 않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IF(조건문) 명령어와 LOOP(반복문) 명령어를 반복해 프로그램을 짜는 식으로 단순한 자동화 알고리즘을 만들어 놓고 AI 이름표를 다는 기업이 많다”며 “일반 이용자가 엑셀을 조금만 배워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인데 이를 고도화한 AI가 수행했다고 사실상 사기를 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AI가 만능인 것도 아니다. AI 알고리즘을 활용하는 투자·자산관리 서비스가 그렇다. 항상 사람보다 성과가 좋은 것도 아니고, AI만으로 시장 수익률을 웃돌기는 쉽지 않다. 투자 전 과정을 AI가 완전히 도맡는 사례도 드물다. AI가 온갖 거시경제 이벤트부터 사람들의 투자 심리까지 파악할 수는 없어서다.
통상 AI가 상황 맥락에 적합한 투자 전략을 제안하면 실제 투자 결정은 투자자나 자문역 등 사람이 하는 경우가 많다. 한 금융 스타트업 관계자는 “대부분 AI 투자 모델의 목적부터가 초과 수익을 내는 게 아니라 리스크를 분산하는 것”이라며 “홍보용 말장난에 속지 않으려면 AI가 어떤 것이고 대략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정도는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