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사망자 아닌 참사 희생자"…민주당, 분향소 문구에 '반발'

입력 2022-11-01 16:30
수정 2022-11-01 16:31

더불어민주당이 이태원 압사 참사 피해자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 분향소'의 이름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사고 사망자'가 아닌 '참사 희생자'로 표기하는 게 옳다는 주장인데, 정부 책임론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여야가 정쟁을 멈추고 초당적 협력을 강조한 지 며칠 지나지 않은 가운데, '정쟁화'에 불씨를 당기는 모양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명백한 참사를 사고로 표현해 사건을 축소하거나, 희생자를 사망자로 표현해 책임을 회피하려는 논란을 일으키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윤석열 대통령도 언급하면서 "윤 대통령이 마치 주최자가 없는 행사라 사고가 발생한 것처럼 그 원인을 제도의 미비 탓으로 돌리는 발언한 것 또한 국가 애도 기간에 매우 부적절하다"고 직격했다.

위성곤 의원도 이날 회의에서 "사망자라는 얘기에 국민의 억장이 무너진다"며 "사망자의 사전적 의미는 죽은 사람이고, 희생자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일이나 사건으로 말미암아 죽거나 다치거나 피해를 입은 사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태원 참사로 희생된 155명이 그냥 죽은 사람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고 사망자'라는 표현이 "잘못도 없고 책임도 없는 단순한 사고임을 미리 주입하려는 정부의 꼼수"라는 주장도 나왔다.

정청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이같이 밝히면서 "뜻대로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금은 애도 기간으로 수습과 추모에 전념할 때"라면서도 "향후 참사 원인과 진실 규명,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책 등 꼼꼼하게 따지자는 국민적 요구가 있을 것이다. 이 물결을 거스를 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 분향소가 맞다. 즉각 정정하라"며 "사전에 예방하고 막을 수 있었던 참사라고 나는 생각한다. 일방통행 조치만 있었어도, 안전요원을 중간중간에 배치만 했어도 일어나지 않을 참사였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몇몇 민주당 의원들은 연일 페이스북을 통해 윤석열 정부를 규탄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용민 의원은 "멀쩡한 날, 멀쩡한 거리에서 대형 참사가 일어났는데 반드시 원인이 규명돼야 하고, 책임이 있다면 끝까지 물어야 한다"고 했다. 고민정 의원도 "무능한 정부도 감당하기 어려운데, 슬퍼할 줄 모르는 정부, 그리고 미안해할 줄 모르는 정부는 감당하기 참 괴롭다"고 했다.


그러나 이재명 대표는 전날 "지금은 희생자들의 안돈(安頓), 유가족들에 대한 위로, 사건의 수습에 만전을 기할 때"라며 정쟁을 삼가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이에 민주당은 당 명의로 거리에 건 정치 구호성 현수막도 모두 철거하기로 했으며, 당대표실에 걸린 '야당 탄압 규탄! 보복 수사 중단!' 현수막도 흰 천으로 가렸다.

이에 감사의 뜻을 내비치기도 했던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정쟁화 시도가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김기현 의원은 페이스북에 "대형 사고의 트라우마를 키우는 민주당 일각의 남 탓이나 아니면 말고 식 가짜뉴스를 내지르고 보는 무책임함은 자제돼야 한다"며 "국가적인 애도의 시간인 만큼 지금은 비난과 정쟁을 멈추고 안전 불감증의 근원적 치료를 위해 합심해야 할 때"라고 적었다.

한편, 서울시는 지난 31일부터 25개 자치구 구청에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 분향소'를 설치해 운영한다고 밝혔다. 이외 관련해 정치권 일각에서는 한덕수 국무총리가 직접 공직 사회에 '참사'가 아닌 '사고'로, '희생자·피해자'가 아닌 '사망자·부상자'로 표기하라고 지시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러나 총리실 관계자는 이날 한경닷컴과 통화에서 "확인 결과 한 총리가 용어 통일을 지시했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