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지난달 미국 달러화 대비 엔화 가치 폭락을 억제하기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인 424억달러(약 60조 5000억원)를 외환시장에 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전날 일본 재무성은 9월 29일부터 10월 27일까지 외환시장에 개입한 자료를 공개했다. 이번에 재무성이 공개한 자료와 일본은행의 당좌예금 잔액 등을 종합하면 지난달 21일 하루 새 372억달러(약 53조 1000억원)가 외환시장에 투입된 것으로 추산됐다. 일본 하루 외환시장 개입 규모로는 역대 최대치다.
전날인 20일 달러당 엔화 가치가 150엔을 넘어서며 엔화 가치가 폭락한 탓이다. 21일에는 장중 달러당 152엔까지 엔화 가치가 폭락했다. 32년 만의 최저치였다. 이날 정부가 시장에 개입한 뒤 144엔까지 회복했다. 하지만 사흘 후 24일에 149엔까지 밀렸다가 금세 4엔가량 가치가 상승하기도 했다.
다케다 아쓰시 이토추 경제연구소 이코노미스트는 “24일에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감안하면 지난달 최소 6조엔(약 57조원) 이상이 엔화 매수에 쓰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일본 NLI연구소의 우에노 쓰요시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약 7조 5000억엔(약 71조원)이 투입된 것으로 진단했다.
일본 당국은 지난 9월 22일 24년 만에 처음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했다. 엔화 매수에 나선 뒤에는 시장 직접 개입에 대한 공개적인 언급은 자제하고 있다. 당시 2조 8000억엔(약 26조 9000억원)을 쏟아부었으나 환율 방어에는 실패했다.
간다 마사토 일본 재무성 재무관은 “여전히 시장 개입의 재원은 무한대다”라며 엔화 가치 하락을 노린 투기행위에 대해 경고했다. 다만 향후 시장개입 여부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추가 개입이 이뤄질 거라고 내다봤다. 다케다 이코노미스트는 “일본 정부가 여전히 10조엔(약 96조원) 이상의 현금(외화)을 보유하고 있어서 9월과 10월 수준의 대규모 시장개입이 3∼5번 정도 추가로 일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우에노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정부의 전략은 (시장에) 자주 개입하기보다는 최대의 영향을 줄 수 있는 적절한 시기를 선택하는 것”이라며 2004년과 2011년에 거의 매일 반복적으로 개입했던 것과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개입 규모가 예상보다 작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이 일본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수 있어서다. 미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 기준에는 ‘12개월 중 6개월간 GDP의 2%를 초과하는 외환을 순매수하는 외환시장 개입’이라는 항목이 있다. 다케다 이코노미스트는 “문제는 미국의 환율보고서다”라며 “이를 일본에 적용한다면 11조엔(약 106조원)인 만큼 현재 2조엔(약 19조 2000억원)의 여유가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아직 미국 정부는 일본의 외환시장 개입에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는 모습이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 9월 일본의 첫 시장개입 조치에 대해 이해할 수 있다는 입장을 취했다. 간다 재무관은 지난주에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도 최근 시장 개입 사실을 밝히지 않는 일본 정부의 외환시장 ‘복면개입’ 방식을 존중한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