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역은 이태원, 이태원 역입니다"
지하철 출입구가 열리고 열차에서 내렸습니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평일 오후의 지하철 풍경입니다. 휴대폰을 보는 사람들,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는 사람들, 발길을 재촉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을 따라 걸어 올라갔습니다.
'삑'
교통카드를 찍고 몇 계단이나 올라왔을까. 귓가에 종소리가 들리기 시작했고, 사고 현장의 반대편인 4번 출구로 나왔습니다. 무거운 공기가 어깨를 짓누르고, 고요한 사거리에는 종소리만 가득했습니다.
사건 현장이 보이는 건너편에 도착했을 때 시민 몇몇이 조용히 대화를 나눌 뿐이었습니다. 폴리스 라인이 설치되고, 교통이 통제된 왕복 4차선 거리는 평소의 이태원이 아니었습니다.
취재 구역에 들어가 사건 현장을 바라봤습니다. 골목은 상상했던 것보다 좁아 놀랐습니다. 건장한 남성 네댓 명이 서면 가득 찰 것 같은 좁은 골목이었습니다. 그곳에 수천의 사람들이 갇혀있던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고요하기만 한 지금과는 너무 다른 풍경이었으리라.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괴로움을 짐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텅 빈 거리에는 현장을 감식하는 경찰들만 몇몇이 분주하게 움직였고,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으로 보이는 인물이 한 무리의 사람들에게 현장을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애써 발길을 돌려 시민들의 마음이 모인 1번 출구에 도착했습니다. 국화꽃 한 송이, 술 한 잔, 담배 한 개비. 저마다 자신들의 방식으로 추모하고 있었습니다. 지인에게 보내는 메시지, 이름 모를 이에게 보내는 메모로 가득했고, 사상자로 추측되는 두 외국인의 사진도 붙어있었습니다. 현실이 가슴에 확 와닿는 순간이었고, 뒤에는 한 젊은 남성이 숨죽여 흐느끼고 있었습니다.
이곳을 찾은 사람은 나이도 성별도 인종도 아무 상관없었습니다. 모두가 슬퍼하고, 고인을 추모하고 있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착한 아들 딸이고, 더없이 소중한 가족이었을 젊은이들이 가장 행복해야 할 순간에 우리의 곁을 떠났습니다. 다시는 이런 사고가 일어나지 않길 바랍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부상당하신 분들의 빠른 쾌유를 기원합니다.
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