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채로 발길 돌리려 해도…해외시장 상황도 만만찮네

입력 2022-10-31 18:34
수정 2022-11-01 01:59
국내 채권시장에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기업과 금융회사들이 외화채 시장으로 발길을 옮기고 있다. 하지만 미국 달러채 시장이 냉각기로 접어든 상황에서 대안으로 주목하던 유로화 엔화 등 이종통화 시장마저 위축되고 있어 고민은 더 커지고 있다.

3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올 3분기에 외화채(공모·사모 포함)를 발행한 기업 중 약 78%가 달러채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했다. 외화채 시장에서 달러채 발행 비중은 일반적으로 90%에 달했다. 하지만 미국의 금리 인상 등으로 3분기 달러채 금리 변동성이 심해지자 캥거루본드(호주달러 표시 채권) 유로본드(유로화 표시 채권) 사무라이본드(엔화 표시 채권) 등 이종통화 시장을 찾는 빈도가 늘어났다.

달러채 시장은 미 중앙은행(Fed)의 긴축적 통화 정책으로 연말을 앞두고 더 얼어붙고 있다. 흥국생명을 비롯한 금융회사, 한국도로공사 한국전력 등 공기업은 달러채 발행을 준비하다 잠정 중단했다. 산업은행은 지난주에 2억달러 규모의 달러채를 발행했지만, 조달 금리는 이전 발행 때보다 0.5%포인트 높은 수준이었다.

이종통화 시장은 달러채보다 그나마 상황이 낫다. 신한은행과 현대캐피탈은 10월에 각각 320억엔, 200억엔 규모의 사무라이본드를 발행했다. 하나은행과 신한은행은 11월에 캥거루본드를 발행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종통화 시장도 점차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다는 것이 IB업계의 설명이다. 국내와 마찬가지로 해외 투자자 역시 연말 북클로징(회계장부 마감)을 앞당겨 진행하고 있어서다.

중국이 시진핑 국가주석의 집권 3기에 접어든 것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 관련 투자자금이 급속도로 빠진다”며 “중국 위안화 채권은 물론 중국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 기업의 채권 평가도 악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이종통화 채권 발행을 준비 중인 국내 기업들은 발행 규모와 일정 등 조달 전략을 다시 검토하고 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