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거리두기가 풀리며 모처럼 달아오른 민간 소비가 찬물을 맞고 있다. 올 3분기 개인카드 이용 건수 증가율은 3개월 새 9분의 1로 쪼그라든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물가가 20여 년 만에 최대폭으로 치솟은 데 이어 금리 인상까지 덮치면서 주머니 사정이 팍팍해진 소비자들이 점점 지갑을 닫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31일 한국경제신문이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와 올 들어 9월까지 분기별 개인카드 이용 건수를 업종별로 분석한 결과 3분기 결제 건수는 전 분기보다 2% 증가하는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거리두기 해제 직후인 2분기에는 증가율이 18%에 달했다.
업종별로 보면 음식 배달을 포함한 외식 소비 증가율이 19%에서 1%로 하락했다. 9월 외식 물가가 전년 동기 대비 9% 오르면서 30년 만에 최대폭으로 뛴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식료품·생필품도 결제 건수 증가율이 9%에서 3%로 떨어졌다. 한 번 오르면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가공식품(8.7%)이나 밥상 물가와 직결되는 채소류(22.1%) 가격이 상승한 여파다.
인플레이션과 소득 변화에 민감한 패션·미용 관련 소비와 스포츠·공연·극장 등 여가 소비 건수는 증가율 하락이 두드러졌다. 2분기 55% 늘었던 여가 소비 건수는 3분기 3% 증가하는 데 그쳤고, 패션·미용 업종은 2분기 30%에서 3분기 -8%로 마이너스 전환했다. 주유 건수도 증가율이 0%에 머물렀다. 기름값이 지난 6월 고점을 찍고 하락했는데도 소비는 늘지 않았다.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 관계자는 “거리두기 해제의 영향이 여전히 남아 있어 4분기까지 추세를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소비 감소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특히 외식, 패션·미용, 여가, 택시 업종은 시간이 갈수록 소비 위축이 두드러질 수 있는 영역으로 지목됐다. 신한카드가 전국 만 20~70세 성인 12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7.6%는 물가 상승에 따라 가장 먼저 지출을 줄일 영역으로 외식을 꼽았다. 2위는 패션·미용(13.7%)이었다.
올 상반기 한국 경제 성장을 견인했던 민간 소비가 눈에 띄게 둔화하면서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정부가 주장했던 ‘10월 물가 정점론’이 흔들리고 있는데다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가계의 이자 부담이 커지면 소비가 꺾이는 속도는 더 빨라질 수 있다. 한국은행은 최근 펴낸 보고서에서 “고인플레이션 지속, 금리 상승, 소비심리 위축 등으로 민간소비 회복세가 빠르게 약화될 수 있다”며 “글로벌 경기 둔화, 금리 상승에 따라 향후 소비 둔화 압력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