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고정거래가격(기업 간 대량거래 때 적용되는 가격)이 20% 넘게 급락했다. 낸드플래시 가격도 5개월 연속 떨어졌다. 세계적인 경기 둔화로 반도체 수요가 빠른 속도로 위축된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산업계에선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세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31일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 1Gx8)의 10월 고정거래가격은 평균 2.21달러로 조사됐다. 전달 가격(2.85달러) 대비 22.46% 떨어졌다. 10월 하락 폭은 DDR4 8Gb 1Gx8 D램 고정거래가격이 공개되기 시작된 2016년 6월 이후 가장 컸다.
D램 가격 하락세는 올 하반기 들어 본격화했다. 지난 7월(2.88달러) 이후 4개월 동안 가격은 34.02% 급락했다. 인플레이션, 각국 중앙은행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지정학적 위기 등의 영향으로 전 세계적으로 소비가 위축됐다. 이에 따라 PC, 스마트폰 판매가 줄었고 D램 수요도 크게 위축된 것으로 분석된다.
PC, 스마트폰이 잘 안 팔리자 반도체 고객사들은 주문을 줄였다. 3분기 들어 제조사·고객사 모두 반도체 재고가 급격하게 쌓이면서 가격도 하강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시장에선 업체들이 D램 재고를 줄이기 위해 경쟁적으로 고객사에 크게 할인한 가격을 제시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대만의 반도체 전문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전반적인 수요 위축에 따른 극심한 공급 과잉 영향으로 D램 가격이 계속 낮아지고 있다”며 “D램 업체 간 가격 (인하) 경쟁이 3분기보다 4분기 들어 훨씬 더 치열해졌다”고 설명했다.
낸드플래시 가격도 5개월째 뒷걸음질쳤다. 10월 기준 메모리카드·USB용 낸드플래시 범용제품(128Gb 16Gx8 MLC)의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4.14달러다. 제품 가격은 6월 3.01% 떨어진 데 이어 7월 3.75%, 8월 1.67%, 9월 2.55%, 10월 3.73% 각각 하락했다.
낸드플래시 범용제품 고정거래가격은 조만간 개당 3달러대까지 떨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고정거래가격은 2019년 7월 이후 현재까지 4달러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다. 트렌드포스는 “낸드플래시 시장에서도 공급 과잉으로 인해 가격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며 “불투명한 시장 상황이 이어지면서 고객사들이 낸드플래시 재고가 쌓이는 상황을 꺼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