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우크라전쟁 이후 에너지 요금이 치솟으면서 겨울을 앞두고 에어프라이어가 뜻밖의 방한용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28일(현지시간) 미국 CNN은 영국인들이 연료비를 절약하기 위해 겨울을 앞두고 에어프라이어를 앞다퉈 구매하고 있다고 전했다. 에어프라이어는 크기가 작고 더 빨리 가열되기 때문에 전통적인 오븐보다 에너지를 덜 사용한다. 시장조사업체 GFK에 따르면 지난 9월 영국에서 에어프라이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86% 증가했다.
이밖에 압력솥·전기냄비 등 전기조리기 매출도 올들어 79% 늘었다. 영국의 최대 슈퍼마켓 체인 중 하나인 아스다(Asda)는 9월 에어프라이어 판매량이 작년보다 320% 급증했고 전기냄비 매출은 두 배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영국 가격비교서비스업체 유스위치(Uswitch)는 전통적인 오븐이 한시간 작동하는데 24센트(약 340원) 전기료가 드는 반면 휴대용 오븐은 13센트(약 180원)에 그친다고 분석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에 러시아산 천연가스 공급이 중단되고 국제 유가도 높은 수준을 이어가면서 겨울을 앞두고 에너지 위기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영국 금융투자회사 하그리브스 랜스다운(Hargreaves Lansdown)의 연금 및 퇴직전문 선임연구원 헬렌 모리시(Helen Morrisey)는 CNN 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품목의 판매 증가는 에너지 가격 상승이 이미 사람들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사람들은 에너지 사용량을 1분 단위로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전기담요를 찾는 수요도 늘었다. GFK에 따르면 9월 전기담요 매출은 작년보다 216% 급증했다. 모리시 선임연구원은 “에너지 비용절감에 나선 사람들이 가능한 한 오랫동안 난방을 틀지 않기 위해 필요한 무엇이든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영국의 지난달 물가상승률은 10.1%로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수백만명의 영국인들은 치솟는 식료비와 연료비를 감당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가계의 연간 평균 에너지 요금은 2500파운드(약 412만원)에 달한다.
지난달 트러스 내각은 2년 동안 가스 전기요금 상한 조치로 연료비 상승을 억제하겠다고 했지만 이달 취임한 제레미 헌트 재무장관은 에너지 취약계층 보호를 위해 올겨울까지 정책을 유지하고 내년 4월 전면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영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