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조원에 육박한 한국은행의 순이익이 올 들어선 9월까지 6800억원대로 급감한 것으로 30일 파악됐다. 이에 따라 한은의 내년 잉여금은 올해의 30% 수준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글로벌 긴축 기조가 이어지고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서 한은이 운용하는 외화자금 수익이 줄었기 때문이다.
올 들어 9월까지 한은의 순이익은 6892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8조3480억원) 대비 12분의 1로 쪼그라들었다. 한은은 외환보유액을 운용해 수익을 낸다. 통화안정증권을 발행해 조달한 원화 자금으로 달러와 엔화, 유로화 등을 매입해 외환보유액을 쌓는다. 외환보유액은 미국 국채 등에 투자하거나 한국투자공사(KIC) 등에 맡겨 수익을 올린다.
한은은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는 3년 연속 사상 최대 순이익 행진을 이어갔다. 2019년 5조3131억원, 2020년 7조3659억원, 지난해 7조8638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코로나19 시기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글로벌 증시가 호황을 보인 덕분이다.
이에 따라 한은이 정부에 내는 잉여금도 덩달아 늘어났다. 한은은 직전 회계연도에 발생한 순이익의 30%를 법정적립금으로, 나머지 순이익의 일부를 임의적립금으로 처리한 뒤 정부에 잉여금을 납부한다. 한은 잉여금은 정부의 국세외수입으로 잡힌다. 한은이 이익을 많이 낼수록 정부 수입도 늘어나는 구조다. 최근 몇 년간 한은 잉여금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정부 추가경정예산의 ‘실탄’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올해 들어 한은의 순이익이 감소하면서 한은이 정부에 내는 잉여금 규모도 급감할 전망이다. 정부가 지난 9월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일반회계상 한국은행 잉여금은 1조2725억원이 반영됐다. 이는 올해 4조315억원의 31.6% 수준이다.
내년 한은 잉여금은 올해 한은이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되는 순이익을 기초로 한 것이다. 내년도 예산안에서 한은 잉여금이 대폭 줄어드는 것은 한은이 그만큼 올해 순이익이 급감할 것으로 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국회에 “국제금리 상승, 한은의 외화증권 매매차익 감소에 따라 한은 잉여금이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