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국내에서 유일한 결제형 암호화폐인 ‘페이코인’에 대해 연말까지 은행 실명계좌를 받지 못하면 불법으로 간주하겠다고 최종 통보했다. 페이코인 발행사인 페이프로토콜AG가 코인의 유통·매매까지 모두 맡고 있는 사업 구조상 자금세탁 우려가 지나치게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30일 암호화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은 페이프로토콜AG 측에 ‘지갑업자’에서 ‘매매업자’로의 변경 신고를 위해 연말까지 은행 실명계좌와 가맹점 이용자 보호 방안, 코인 발행에 따른 시장질서 문제 등의 대책을 마련해오라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한 것으로 확인됐다.
페이프로토콜AG는 작년 9월 24일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안 시행 당시 가상자산사업자 유형 가운데 지갑업자로 신고했다. 지갑업자는 매매업으로 분류되는 거래소와 달리 단순히 지갑에 암호화폐를 보관하는 업종이다. 당국은 7개월간 검토를 거쳐 지난 4월 페이프로토콜AG의 신고를 수리하는 대신 조건을 달았다. 페이프로토콜AG의 모회사인 다날의 관계사 다날핀테크가 서비스 구조상 ‘매매행위’를 하고 있으므로 두 회사는 매매업자로 신고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당국은 페이코인이 자금세탁 범죄 위험이 크다고 판단했다. 페이프로토콜AG가 페이코인을 팔아 정산자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매수자가 자금세탁에 관여하면 은행 실명계좌 없이 추적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페이프로토콜AG와 같은 사업자가 늘어나면 한국은행의 발권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페이프로토콜AG는 연말까지 시중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를 발급받지 못하면 ‘미신고 영업’으로 간주돼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페이코인은 사실상 선불충전금과 같은 사업 구조인데도 당국 규제를 우회해왔다”며 “페이프로토콜AG 측이 투자자 보호를 위한 장치부터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