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0만원 버는데 매달 1000만원씩 나가요"…영끌족 곡소리

입력 2022-10-31 06:34
수정 2022-10-31 07:55

최근 주요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 상단이 13년 만에 연 7%를 넘어선 가운데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받은 차주)'의 주택 매도가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영끌족의 투매가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재테크 유튜브 채널 '월급쟁이부자들TV'에는 최근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에 갭투자를 한 30대 A씨의 사연이 소개됐다. 수년 전 경기 남양주에 아파트를 분양받은 A씨는 집값이 고공행진을 거듭하던 지난해 마곡의 한 아파트를 6억원 전세를 끼고 12억원에 사들였다. 분양받은 남양주 아파트와 갭투자 한 마곡 아파트를 합한 A씨 부부는 대출액은 7억7000만원이다. A씨 부부는 현재 반전세로 거주하고 있다.

A씨가 무급 육아휴직에 들어가며 A씨 부부의 월 소득은 450만원으로 줄었다. 이에 반해 대출 상환액 등 월 지출은 1400만원이 넘어간다. 전세대출 이자 94만원, 월세 60만원 등 고정지출액이 약 280만원이고 강서구 아파트 취득세 600만원, 자동차 담보대출 이자 200만원 등 대출 상환액이 약 980만원이다. 여기에 생활비로 150만원까지 추가하면 1410만원에 달한다. "2주택 유지" 영끌족에 전문가 "경매 넘어갈 수도"A씨는 "1억원짜리 마이너스 통장 연장이 남편의 이직으로 거부돼 이달 상환해야 하는 처지"라며 "감당할 수 없는 이자 탓에 남편은 돈을 빌리러 다니고, 5개월 된 아기 정부지원금까지 손댈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이 시기만 잘 지나면 될 것 같아 집을 팔지 않고 싶다"고 강조했다.

아파트 2채를 유지하고 싶다는 A씨에게 전문가들은 마곡 아파트를 팔라고 조언했다. 부동산 재테크 전문가로 활동하는 김병철씨는 "서울집은 좋지만, 너무 비싸게 샀다"며 "(가격이) 어디까지 떨어질지 모른다"고 처분을 권했다. A씨가 "매도하라고 할 줄은 몰랐다"며 반발하자 또 다른 전문가 이정환씨는 "집이 경매로 넘어갈 확률이 높다"고 경고했다.

A씨와 같이 지난해 집값 상승기 무리한 대출을 받아 막차를 탔던 2030 영끌족이 늘어난 이자와 집값 하락을 견디지 못하고 처분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31일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서울 집합건물 매도인 가운데 30대 이하 비중은 지난 3월 13.31%에서 4월 14.66%, 5월 14.19%, 6월 14.28%, 7월 16.04%로 증가했다. 주택 거래가 급감하면서 8~9월은 소폭 감소했지만, 영끌족 매수세가 집중됐던 지역의 상승세는 꾸준하다. 대표적인 영끌족 집중 지역인 노원구는 매도인 가운데 30대 이하 비중이 7월 16.9%, 8월 18.2%, 9월 21.7%로 올라왔다. 2030 영끌족 매도 증가에 "아직은 폭풍전야…금융위기 상황 온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이 폭풍전야라고 분석한다. 현재 주택 처분에 나선 영끌족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고 그나마도 매수심리 악화에 거래가 체결되지 않고 있지만, 향후 영끌족의 투매가 본격화하면 주택 가격 급락이 동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임병철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올해 상반기까지 상승이 이어졌기에 연간으로 보면 집값 상승률 자체가 크게 하락하진 않았다"며 "아직 가격을 크게 내린 매물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리가 부담되겠지만, 아직은 금융위기 직후처럼 손실을 감수한 투매가 쏟아질 시기는 아니다"고 진단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위원은 "매각을 원하는 분들이 많지만, 수요가 없는 탓에 실질적으로 시장에 영향은 제한적인 상태"라며 "금리 상승이 멈추거나 인하하는 시점이면 수요가 늘어나면서 본격적인 투매와 가격하락이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