핼러윈을 앞둔 토요일인 29일 밤 축제 분위기로 한껏 들떴던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는 순식간에 대참사의 현장으로 변했다.
이날 밤 벌어진 압사 사고로 30일 새벽 6시 기준 149명이 사망하고 150명이 부상인 상태다. 3년 만에 사회적 거리두기 없이 열린 이번 핼러윈 데이를 맞아 약 10만 인파가 이곳을 찾았으며 전날 밤 10시 22분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고받고 경찰과 소방관들이 출동했지만 수많은 인파로 현장 진입도 어려운 상태였다. 팔다리를 옴짝달싹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 의식을 잃은 사람들 대다수가 한 시간 이상 CPR조차 받을 수 없는 상태였다.
소방관과 경찰뿐 아니라 환자의 친구와 시민까지 의식을 잃은 사람들의 가슴에 심폐소생술을 하고 팔다리를 주무르며 멎은 숨을 돌아오게 하려 안간힘을 쏟았지만 현장에서는 모포나 옷가지 등으로 얼굴을 덮은 이들이 늘어갔다.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비명과 울음, 구급차의 사이렌 소리에 거리로 흘러나오는 빠른 음악 소리가 뒤섞여 이태원의 핼러윈 주말 밤은 악몽 그 자체였다.
한 외국인 BJ가 공개한 사고 당시 영상에 따르면 콩나물시루같이 빽빽한 인파에 깔린 이들은 소리를 지르며 속수무책인 상태였다. BJ는 창살을 잡고 현장을 탈출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그의 옆에서 비명을 지르던 여성은 의식을 잃은 듯 평온한 얼굴이 돼 안타까움을 샀다.
경찰은 30일 오전 1시부터 참사 현장 주변의 술집, 음식점의 영업을 종료시켰다. 현장 출입도 통제된 상태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태원 핼러윈 인명사고 관련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중앙재난안전상황실에서 긴급 상황점검회의를 주재했다. 윤 대통령은 "신원확인 진행을 신속히 하고 이송환자 치료에 만전을 기하라"고 당부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