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프·벽 잡고 버텼다"…'이태원 참사' 생존자들의 증언

입력 2022-10-30 03:24
수정 2022-10-30 03:28

지난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에서 대형 압사 참사가 일어난 가운데, 사고 현장에 있었던 시민들이 "가파른 골목에서 사람들이 도미노처럼 쓰러졌다"고 증언했다. 당시 현장에서 벗어난 이들은 벽이나 기둥 등을 붙잡아 살아남은 것으로 전해진다.

30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는 전날 밤 발생한 이태원 사고 현장에 있던 이들의 증언이 잇따랐다.

네티즌 A씨는 트위터를 통해 "방금 죽다가 나왔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이태원 가파른 길 클럽 골목에서 나오는 길에서 위에 사람들이 밀었다"면서 "위에서 가파른 상태로 미니까 도미노마냥 소리 지르면서 (사람들이) 쓰러졌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위에는 밑에가 쓰러진 걸 모르는지 계속 밀었다"면서 "친구는 신발 벗겨지고 지갑, 휴대폰 잃어버리고 난 가방 잃어버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진짜 깔려 죽을 거 같아 구멍으로 숨 쉬면서 울었다"며 "내가 죽는구나 싶어서 오열하면서 '살려주세요'라고 외치면 위에 있는 사람들이 손을 잡고 끌어 올려줬다"고 덧붙였다.

당시 유명인이 등장한 영향으로 사람이 더 몰리면서 참사가 발생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A씨와 마찬가지로 현장에 있었다던 B씨는 "해밀턴호텔 옆 골목에 있었는데, 이미 많은 사람이 있는 상태에서 유튜버가 오면서 사람들이 밀리면서 도미노처럼 깔렸다"고 주장했다.

현장에서 빠져나온 이들은 벽이나 기둥을 잡고 서 있어서 넘어지지 않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A씨는 "가게 옆 파이프 잡고 어떻게든 버텼다"면서 "물건 잃어버린 건 생각도 안 난다. 그냥 내가 안 죽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나왔다"고 설명했다. B씨도 "벽에 붙으면서 넘어지지 않으면서 산 거 같다"고 강조했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오전 3시 현재 120명이 사망하고 부상자는 1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현재 사망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태원 일대에서는 핼러윈을 앞두고 곳곳에서 파티가 벌어졌다. 사고는 29일 저녁 이태원동 해밀톤 호텔 인근 내리막길로 된 좁은 골목에 인파가 몰리면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