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살 희생자도 있었다…눈물로 뒤덮힌 '이태원 참사' 현장 [르포]

입력 2022-10-30 03:06
수정 2022-10-30 20:18


30일 0시 10분. 서울 용산구 이태원 거리. 경찰, 소방차의 사이렌 소리가 울리고 시민들의 울음소리가 거리를 뒤덮었다. 4차선 도로 길가와 인도에는 사망자로 추정되는 피해자 수십 명이 길거리에 곳곳에 뉘어져 있었다. 봉변을 당한 피해자들의 친구들이 모여 오열을 하고 있었다.

압사 사고 당시 현장에 있었다는 김모씨(29)는 "이태원 메인 골목이 시신들로 뒤덮혀있었다"며 "119 출동이 늦어져서 구급대원이 올때까지 30분 넘게 CPR 응급처치를 계속했다"고 말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에 핼러윈을 앞두고 인파가 몰려 압사로 추정되는 대규모 인명 사고가 발생했다. 오후 10시15분께 이태원에서 호흡곤란 환자가 발생했다는 최초 신고가 들어왔고 오후 10시38분 대응 1단계를 발령한 데 이어 오후 11시50분 대응 3단계로 격상하고 구급차 142대를 비롯해 구조 인력과 장비를 대거 투입했다.




사고 당시 현장에 있었던 시민들에 따르면 이번 사고는 좁은 골목에 수많은 인파가 몰린 결과다. 사고 현장에서 가까스로 빠져나온 시민 A씨는 "좁은 오르막 골목에서 비좁게 이동하다가 중간에 소수 몇 사람이 넘어지고, 뒷 사람들이 그걸 모른 채 앞으로 밀면서 도미노처럼 수백명이 한 번에 넘어졌다"고 설명했다.

사고 현장에 출동한 소방 관계자는 "많은 인파가 집중된 내리막 골목(이태원로 27가길)에서 수백 명의 시민들이 뒤엉켜있었다"며 "맨 밑에 깔려 죽어가던 시민을 빨리 구출하지 못한 게 계속 마음에 걸리고 너무 미안하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오전 3시 넘어서까지 사망 추정자와 부상자들을 실어 날랐다. 소방당국은 이날 사고로 149명이 숨지고 76명이 부상(오전 6시 현재)했다고 밝혔다. 부상자 중에는 중상자와 심정지 상태가 많아 사망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사상자는 순천향대병원과 국립중앙의료원, 이대목동병원, 강북삼성병원, 서울성모병원, 중앙대병원, 서울대병원, 여의도성모병원 등에 분산 수용돼 있다.




소방 당국은 가스 누출 등의 다른 사고 원인을 파악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확인된 것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당국은 "좁고 가파른 골목길로 한꺼번에 인파가 쏟아져 들어오면서 순식간에 일어난 안전 사고로 보인다"고 했다.

단일 재난사고로 300명이 넘는 사상자를 낸 건 2014년 세월호 침몰(196명 사망)이후 8년 만에 최대다. 당시 제주도 수학여행을 위해 배를 탄 경기 안산 단원고 학생과 인솔교사 등 304명이 사망하고 142명이 부상을 당했다.



권용훈/이광식/구민기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