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공포의 외인구단’으로 유명한 이현세 작가(왼쪽 두 번째)가 인공지능(AI)에 자신의 만화·웹툰 작법을 가르치기로 했다. 지난 44년간 이 작가가 창작한 만화·웹툰 약 4000권 분량을 학습시킨 뒤 AI로부터 신규 이미지를 추출해 향후 창작 과정에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재담미디어는 이 작가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만화&웹툰 제작을 위한 AI 공동 기술개발 협약’을 체결했다고 28일 발표했다. 이에 따라 양측은 우선 기술개발 전담 조직을 꾸리고 이 작가가 창작한 총 4174권 분량의 작품 데이터를 정제, 라벨링해 학습용 데이터로 저장한다. 이후 이를 인공지능에 적용한 뒤 신규 데이터를 추출할 예정이다.
재담미디어는 ‘이현세 AI 프로젝트’ 추진을 위해 꾸린 기업 부설연구소장에 박석환 한국영상대 교수를 영입했다. 연구소는 이 작가의 후속 창작활동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한국 극화풍 만화의 스타일 아카이브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AI가 작가의 자리를 위협한다는 시각도 있지만 이 작가는 오히려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 작가는 “종이 만화 시절에 배경 효과를 오려 붙이는 스크린톤이 나왔고, 디지털 만화 시절에는 3D 도구들이 등장했다”며 “그때마다 작가들이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있었지만 다 극복했고, AI도 결국 작가를 위한 창작 도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