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가지 의혹' 속초 횟집 CCTV 반전…사장 "손님 보기 두렵다"

입력 2022-10-28 18:14
수정 2022-10-28 21:58


'먹다 남은 회'를 팔았다는 의혹을 받던 속초의 한 횟집. 하지만 당시 상황이 담긴 CCTV가 공개되며 논란은 새 국면을 맞았다. CCTV 영상에는 회를 썰어 접시에 담은 후 포장해 전달하는 과정이 담겼다.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자신의 착오를 인정하고 횟집 사장에게 사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논란은 지난 24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먹다 남은 것 같은 회, 가격을 알아맞혀 보세요'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오며 시작됐다. 속초를 찾았다는 관광객 A씨는 포장회의 양이 적다며 해당 횟집에서 ‘먹다 남은 것을 실수로 포장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표했다. 가격대비 부실한 양을 근거로 횟집의 바가지 행태가 널리 공유될 수 있게 도와달라는 취지로 글을 올렸다.

공개된 사진 속 포장회 가격이 6만원이라는 점이 알려지자 네티즌들이 공분했다. 바가지가 심하다는 반응이 다수였다. 해당 사연이 공론화된 후 해당 횟집이 26일 속초 중앙시장 상인회로부터 3일 영업정지 징계를 받았다는 사실도 전해졌다. 상인회 징계 사유는 '시장의 이미지를 실추시켰다'는 이유였다.

A 씨는 해당 횟집의 영업정지 3일 소식을 전하며 "횟집 사장에게 현장이 담긴 CCTV 영상을 받으면 공개하겠다"며 "혹시나 2주간 저장된다는 영상이 삭제되면 어쩌나"라며 걱정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영상이 공개되자 여론은 역전됐다. 횟집 직원이 참돔을 손질하는 과정에서 음식을 재활용하거나 빼돌리는 정황이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횟집 직원은 A씨 측이 고른 참돔으로 회를 떠 곧바로 비닐 포장했다.

네티즌 수사대는 CCTV를 면밀히 분석한 후 포장 전 접시에 담긴 횟감이 33점이었다는 것까지 확인했다. A 씨가 최초 올린 사진 속 횟감도 흩어져 있어 양이 더 적어 보였을 뿐 회끼리 겹쳐진 걸 감안하면 30점 이상은 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영상을 확인한 네티즌들은 "비싼 건 맞지만 남은 회가 포장된 건 아닌 것 같다", "애먼 가게가 영업 정지당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에 A씨는 28일 다시 글을 올려 "누구를 욕해달라거나 잘잘못을 따지려고 글을 올렸던 게 아니다"라며 "참돔이 작아서 양이 적은 건 주방장도 인정한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횟집 사장 B씨는 한경닷컴과의 통화에서 "단 한 번도 회를 빼돌리거나 남은 음식을 재활용하지 않았다"며 "그런데 한순간에 먹다 남은 회 파는 곳으로 낙인찍혀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영업정지가 풀리면 생계를 잇기 위해 영업을 다시 해야 하는데, 손님을 보기 두렵다"고 호소했다.

B씨는 이날 오전 '허위사실 적시로 인한 명예훼손'으로 A씨를 경찰에 고발했다. 그는 "A씨로부터 오후어 사과 문자 메시지가 왔다"며 "아직 답장하지 않았고, 향후 대책은 차차 고민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A 씨는 B 씨에게 "제 잘못된 생각으로 큰 이슈거리가 된 점에 대해 뉘우치고 있다"는 장문의 사과 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횟집 사장과 상인회, 징계 절차 두고 이견 보이기도한편 B씨 영업장에 3일 영업정지를 내린 상인회의 징계 절차에도 문제점이 제기됐다. B씨는 "징계 사실을 징계 시작일인 26일 아침에 전화로 통보받았다"며 "징계 절차에서 반론권이 보장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징계 통보받은 후 사무실에 방문했더니 상인회 측이 '시장 이미지 훼손'이라는 이유가 적힌 징계사유서를 줬다는 것이다.

하지만 상인회 관계자는 "상인회 자치 규정에 근거해 징계 절차를 진행했다"며 "징계 과정에서 B 씨의 목소리를 청취했다"고 반박했다.

사태와 관련해 한 시민은 해당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많이 회원들이 A 씨 말만 믿고 잘못도 없는 가게를 욕하고 비난했다. 결국 멀쩡한 가게가 영업정지까지 당했다"면서 "공론화에 대해 가볍게 생각해선 안된다. 본인에게 화살이 돌아왔을 때를 생각해 신중해야 한다. 본인이 잘못한 행위에 대해서 커뮤니티에 사과하고 피해를 입힌 영업장에게 사과와 보상을 하라"고 일침을 가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