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패리스 힐튼' 스승 딸도 수갑 채우려던 푸틴

입력 2022-10-28 09:03
수정 2022-10-28 09:04


러시아 유명 방송인이자 사교계 명사인 크세니야 솝차크(40)가 현지 경찰을 피해 해외로 도피한 사실이 전해졌다. 솝차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치 스승인 아나톨리 솝차크의 딸이기도 하다.

타스통신 등 외신은 26일(현지 시각) 러시아 경찰이 모스크바 외곽에 위치한 솝차크 자택을 급습했으나, 솝차크는 이미 전날 밤 벨라루스를 경유해 리투아니아로 떠난 뒤였다고 보도했다.

솝차크는 입국 당시 이스라엘 여권을 소지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리투아니아 당국에 따르면 이스라엘 시민은 비자 없이 90일간 현지에 체류할 수 있다. 솝차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프로젝트를 운영하며 300만명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한 종합 미디어 그룹 '어텐션 미디어'의 대표다.

경찰은 솝차크가 어텐션 미디어 광고국장인 키릴 수하노프와 함께 갈취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보고 체포하기 위해 그의 집을 찾았다. 수하노프는 이날 재판에 회부됐다. 그는 러시아 국영 방산업체 로스텍 최고경영자(CEO)인 세르게이 체메조프에게 1100만 루블(약 2억2500만원)을 갈취한 혐의를 받는다. 체메조프는 푸틴 대통령의 지인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솝차크는 이번 수사가 어텐션 미디어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비판한 기사를 게재한 데 대한 정부의 압박이라고 규정했다.

솝차크는 TV 프로그램 진행자로 유명해져 사교계 명사로 손꼽히며 '러시아의 패리스 힐튼'으로 불렸다. 푸틴 대통령의 과거 상관이자 정치 스승이었던 아나톨리 전 상트페테르부르크 시장의 딸이기도 하다. 솝차크는 2011년 반정부 시위에 참여해 푸틴 대통령을 비판했고 정계에 발을 들이며 대립각을 세워왔다. 2018년에는 러시아 여성 최초로 대통령 선거 후보에 이름을 올리며 당시 재선을 노리던 푸틴 대통령에 도전장을 던지기도 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