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인위적인 (반도체) 감산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불황에도 적극적인 투자를 이어가 앞으로 올 호황기에 경쟁사를 압도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그동안 ‘선제적인 시설 투자’와 ‘초격차 기술 확보’를 강조해온 이재용 회장의 뜻이 삼성전자의 반도체 생산 전략에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파운드리는 ‘역대 최대’ 매출삼성전자는 27일 3분기 확정 실적을 공개했다. 매출은 76조781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0조8520억원으로 31.4% 급감했다.
주력 사업 반도체를 담당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의 부진이 뼈아팠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23조200억원)은 12.8% 줄었고 영업이익(5조1200억원)은 49.1% 급감했다. 3분기 매출 세계 1위 자리는 대만의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업체 TSMC에 내줬다.
주력사업인 D램과 낸드플래시 분야 업황 부진이 ‘어닝 쇼크’로 이어졌다. 고부가가치 제품인 서버용 D램마저 수요가 급감하면서 기대 이하의 실적을 냈다는 게 삼성전자의 설명이다. 신사업인 파운드리에서 역대 최대 매출을 거둔 것 정도가 위안거리다. ○이재용 회장 “힘들수록 앞서 준비”메모리반도체 불황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는 “감산은 없을 것”이라고 재차 밝혔다. 한진만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이날 실적설명회에서 “인위적인 감산은 고려하지 않는다는 기본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이달 초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삼성 테크 데이’ 행사에서도 그는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시장 전망과 관련해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최소 4분기와 내년 상반기까지는 고객사 재고 조정의 여파가 이어질 것이란 예상이다. 한 부사장은 “올해 말까지는 다양한 매크로 이슈 영향에 고객사 재고 조정 기조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 상반기까지 수요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장기적으론 반도체 수요가 커지기 때문에 ‘꾸준한 투자’를 이어가는 게 중요하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한 부사장은 “중장기 수요에 대응해 적정 수준의 인프라 투자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년엔 데이터센터 증설이 확대되고 신규 중앙처리장치(CPU)를 위한 신형 D램 채용도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낸드플래시 분야에서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압도적인 원가경쟁력을 바탕으로 수요를 선제적으로 창출할 것”이라며 “다양한 응용처에서 고용량 시장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이런 자신감은 불황기에 대규모 투자를 통해 경쟁사와 격차를 벌렸던 삼성전자의 ‘성공 방정식’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재용 회장도 여러 차례 현장 경영에서 “압도적이고 선제적인 투자를 통해 기술 격차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마트폰 ‘선전’반도체를 제외한 다른 사업에선 ‘스마트폰’이 선전했다. DX(디바이스경험)부문 중 스마트폰·네트워크 사업 매출은 32조21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 늘었다. 영업이익은 3조2400억원으로 3.6% 줄었다. 삼성전자는 “지난 8월 말 출시된 갤럭시Z폴드, 갤럭시Z플립4 등 폴더블폰과 웨어러블 기기 판매 호조로 높은 수익성을 기록했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는 4분기 글로벌 정보기술(IT) 수요 부진에도 모바일 부문에선 프리미엄 기종의 판매 호조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대화면 프리미엄 태블릿 라인을 강화하고 웨어러블 기기의 판매 확대를 통해 수익성 확보에 나설 계획이다.
황정수/정지은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