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현대자동차와 기아 사내하도급 근로자들의 근로자 지위 확인소송에서 대다수 청구를 받아들이면서도 3명의 청구는 "다시 심리가 필요하다"며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했다.
법조계에선 '공장 내 사내하도급은 무조건 불법파견'이라는 그동안의 도식화된 판결에서 벗어난 판결이라고 해석했다.
대법원 민사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A씨 등에 대해 현대차의 근로자 지위를 인정했던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 소송은 2010년 현대차 공장에서 직접생산·품질관리·부품조달물류·출고업무 등을 수행했던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현대차 상대로 자신들은 현대차의 근로자라면서 근로자 지위 확인을 구한 집단소송이었다.
1심과 2심에서는 공장 내 사내하도급 협력업체 직원들이 모두 현대차 근로자 지위에 있다고 봤다. 직접공정뿐 아니라 사내물류, 수출선적(방청), 부품조달 물류(서열, 불출) 업무를 수행한 근로자들에 대해서까지 모두 불법파견이라고 판단했다.
조립라인 등 직접생산공정 업무를 수행한 협력업체 근로자 뿐만 아니라 부품조달물류 업무를 수행한 2차 협력업체 근로자, 즉 현대차가 도급계약을 체결한 현대글로비스 등과 재차 도급계약을 체결한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까지 모두 불법파견으로 본 것이다.
그동안 법원은 포스코, 현대제철, 현대위아, 현대중공업 등 관련 사건에서 대부분 노동자들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이번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부품조달물류 업무를 수행한 협력업체 근로자 3명의 경우 일의 성격과 원청의 지휘 여부를 따져 구체적, 개별적으로 사건을 판단할 필요가 있다며 사건을 파기했다.
이미 현대차그룹은 '사내하도급 특별협의'를 통해 2012~2020년 사이에 현대차 9179명, 기아 1869명 등 총 1만1048명의 사내하도급 직원을 특별채용, 관련 문제를 해결해왔다. 이날 대법 선고는 특별협의에 따라 고용절차를 이행하지 않고 끝까지 소송을 진행한 현대차 153명, 기아 263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법조계 관계자는 "대법원이 업무 특성, 관련 증거 유무, 원청의 업무상 지휘와 인사권 행사 여부 등을 꼼꼼히 살펴보라며 파기환송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