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기업들 "北 무단가동에 분노…정부가 살길 마련해 달라"

입력 2022-10-27 14:22
수정 2022-10-27 14:26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북한측의 무단 가동을 즉시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또 정부의 대책 마련과 특별법 제정을 요구했다.

개성공단기업협회는 27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북측의 무단 가동을 규탄하며 정부의 입주기업 피해보상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협회는 섬유, 기계·금속, 전기·전자, 화학·플라스틱 등 업종의 180여개 기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최근 북측이 개성공단 입주기업 공장을 무단 가동하고 있다는 소식이 정부 확인과 언론보도를 통해 사실로 확인돼 엄청난 실망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실제 북한의 무단 가동 피해를 입은 한 기업 대표는 "우리 군과 해외 정보통을 통해 우리 회사가 북한의 무단 가동으로 피해를 입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북측이 먹고 살려고 하다보니 공장에 손을 댄 것인데, 예민한 설비들을 잘못 건드렸다간 고장나기 때문에 나중에 재가동이 불가능해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협회측은 북한의 무단 가동으로 피해를 입은 기업을 S모업체, M모업체, K모업체 등 6곳으로 파악하고 있다. 또 다른 기업 대표는 "북한이 현장에 쌓여있던 원·부자재를 무단 사용했다"며 "지금이라도 개성공단에 가서 현장 보호조치를 하고 싶은데 그럴 수도 없어서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의소리(VOA)는 지난 10일 2016년 폐쇄된 개성공단에서 북한이 남한 기업들의 설비를 무단으로 사용하는 동향이 최근 파악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VOA는 또 북한이 개성공단내 한국 기업의 공장을 활용해 전자제품을 생산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5월 개성공단 내 한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했는데, 이 역시 북측의 설비 무단사용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고 했다.

이날 이재철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은 "현실적으로 북한에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긴 어려운 것으로 안다"며 "우리나라 정부가 조치를 취해야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업 대표는 "개성공단에서 철수 결정을 한 것은 우리나라 정부라 북측에 전적으로 책임을 묻긴 어려운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협회는 정부의 피해보상도 요구했다. 협회측은 "정부의 2016년 폐쇄 조치로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아무런 책임도 없이 한순간에 생산기지를 상실했고 거래처는 하나둘 떨어져 나가 10곳 중 2~3곳은 휴업이나 폐업에 직면했다"고 했다. 실제 협회에 따르면 개성공단 중단 후 6년 8개월간 입주기업의 30%는 도산을 맞았고 50%는 현상 유지만 하고 있어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하는 기업은 20%에 불과했다. 2016년 정부의 폐쇄 결정 당시 입주기업들은 실질 피해액을 1조5000억원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정부는 그 중 절반인 7861억원만 인정했다. 이후 정부는 근로자 위로금, 특별대출을 포함해 5957억원을 지원했다. 한 입주기업 대표는 "정부 지원금도 실제 나중에 상환 의무가 있는 것이라 명확한 피해보상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과거 정부가 모든 것을 책임지겠다고 해놓고 말을 바꿨다"고 울분을 토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영업손실 등 기업 피해를 보상하기 위한 특별법을 제정해줄 것을 정부와 국회에 촉구했다. 이재철 회장은 "권영세 통일부 장관과 면담을 지난 8월말 진행했다"며 "이번 국정감사에서 권 장관이 '국회에서 특별법을 입법하면 긍정적으로 검토해보겠다'는 답변이 나왔다"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