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에너지 수출 규모가 사상 최대를 찍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대란이 일어나면서 각국에서 미국산 에너지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다. 그러나 다음달 중간선거를 앞두고 물가 잡기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에는 달갑지 않은 소식이라는 평가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지난주 미국산 원유 및 석유제품 수출량이 하루 평균 1140만배럴로 사상 최대 기록을 세웠다고 26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직전 주보다 하루 평균 200만배럴 늘었다. 지난주 원유 수출량이 하루 평균 510만배럴로 사상 최대를 경신한 결과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에너지 부족에 시달리게 된 나라들이 미국산 원유 수입에 의존하게 된 결과다. 러시아는 자국과 독일을 잇는 가스관 노르트스트림-1을 통한 천연가스 공급을 지난달 초부터 무기한 중단했다. 에너지 대란을 맞게 된 국가들이 미국산 원유 및 액화천연가스(LNG)를 사들이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과 러시아 등 비(非) OPEC 산유국들의 연합체인 OPEC 플러스(+)가 감산을 결정하고 유럽연합(EU)이 올해 말 러시아 원유 금수조치를 시행하기로 합의하면서 미국의 원유 공급 능력이 세계적으로 중요해졌다. 미국은 산유국일뿐 아니라 캐나다, 사우디아라비아 등으로부터 수입한 원유를 정제해 만든 휘발유, 경유를 세계 각국에 수출한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에는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다음달 8일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바이든 행정부가 물가 잡기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어서다. 미국 인플레이션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기름값 상승을 억제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바이든 행정부는 수출 제한으로 자국의 기름값을 잡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니퍼 그랜홈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지난 8월 정유사들에게 휘발유 등의 수출을 늘리지 말고 재고를 확충하라고 요구하면서 이에 따르지 않을 경우 모종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동맹국들이 미국산 에너지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수출 통제에 나설 경우 외교적 후폭풍이 만만찮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