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너지?GS칼텍스?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빅4’ 업체의 올 3분기 석유제품 수출 실적이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글로벌 경기침체에도 반도체와 함께 한국의 양대 수출 ‘효자품목’의 입지를 굳건히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한석유협회는 올 3분기 국내 정유사의 석유제품 수출량이 1억3300만 배럴, 수출액은 163억4300만 달러(약 22조 원)로, 1년 전 같은 기간 대비 각각 19.0%, 81.2% 증가했다고 27일 발표했다. 국가별로 보면 호주(20.6%)로의 수출량이 가장 많았고, 싱가포르(13.3%), 말레이시아(7.3%), 필리핀(6.9%), 중국(6.6%) 등이 뒤를 이었다.
올 1~3분기 누적 실적도 사상 최고치다. 수출량은 3억5433만 배럴, 수출액은 443억3600달러(56조원)로, 1년 전보다 15.2%, 91.4% 늘었다.
국내 정유사들은 3분기까지의 누적 원유수입액 중 60.2%를 석유제품 수출로 회수했다. 이 비율이 60%를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무역수지 적자가 7개월째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석유제품 수출이 적자 폭 축소에 기여하고 있다는 것이 협희 설명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경유?항공유 등 전 세계 석유 공급 부족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 수출 호황의 가장 큰 요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경유(46.8%)와 항공유(20.2%) 등이 전체 수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것에서 드러난다. 특히 항공유는 수출액이 1년 전 대비 131% 불어나 석유제품 중 최대 증가율을 보였다.
협회 관계자는 “세계 5위 수준의 정제 설비를 갖춘 국내 정유사들이 유럽의 지정학적 불안정과 여객 수요 증가 등에 대응해 온 결과”라고 설명했다. 석유제품은 반도체에 이은 두 번째 국가 주요 수출 품목이다. 국제유가 상승에 따라 3분기 기준 수출단가가 배럴당 123달러로 오른 영향도 컸다.
협회는 “동절기 난방유 대체 수요와 함께 내년 2월부터 시행될 유럽연합(EU)의 대(對)러시아 금수 조치 시행에 대비한 비축 수요 증가가 예상돼 수출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며 “연말까지 수출 실적은 630억 달러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