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는 나 몰라라"…땜질식 처방에 개미들만 '눈물' [특례상장, 특혜 낀 거품인가②]

입력 2022-11-01 06:52
수정 2022-11-01 07:06
<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특례 상장 제도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고 있다. 미래가치를 담보로 증시 문턱을 넘지만 정작 경영진의 횡령, 실적 부진으로 상장폐지 기로에 서면서다. 주가 변동성이 큰 만큼 자칫 개인투자자(개미)들의 무덤으로 전락할 여지도 크다. 이러한 리스크에도 특례 상장은 될성부른 적자 기업에 상장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존재의 의미가 있다. 상장 전 부실기업을 걸러내는 장치를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장 후 시장과 정부의 감시 및 관리·감독의 제도 개선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편집자주]
특례 상장 기업에 대한 상장 후 관리·감독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상장 심사가 까다로워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걸러지는 기업에는 한계가 있다. 특례 상장 업종은 바이오 기업에서 로봇, 2차전지 등으로 확대되고 있지만 정작 이들을 감시할 만한 기반은 마련돼 있지 않다. 문제는 그 피해를 개인 투자자들(개미)이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는 것이다. 기업의 장기적인 미래를 믿고 투자해도 주가 띄우기식 호재와 단기적으로 요동치는 주가에 손실을 보고 있다.

특례 상장 제도의 목적은 더 많은 유망 기업이 상장할 수 있는 창구를 늘리는 것이다. 증시로 들어올 수 있는 문을 더 만든다는 얘기다. 문턱을 낮춰 부실한 기업이라도 들여보내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통로는 넓히되 자격 없는 기업은 철저하게 걸러내겠다는 게 거래소가 추구하는 방향이기도 하다.

하지만 다양한 기업에 기회가 주어지면서 변수도 그만큼 늘었다. 라이선스 아웃을 계기로 적자 탈출한 알테오젠과 같은 특례 상장의 좋은 예시도 있지만 신라젠과 같은 사례도 있다. 이처럼 요건을 강화해도 부실 기업의 발생은 100% 막을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상장폐지나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는 기업은 있을 수 있다. 이는 일반 상장도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상장 요건을 대폭 강화하면 오히려 기술력이 뛰어난 업체가 역차별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상장시키더라도 투자자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안은 마련돼야 한다. 공시 제도의 개선이나 기업 특성에 맞는 시장 관리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특례 상장 업종 늘어나는데…현실 반영 못하는 제도
관리·감독에 있어 마냥 손 놓고 있었던 건만은 아니다. 금융위원회는 특례 기업에 한해 최대주주 등 보호예수 기간을 1년으로 두고 있다. 일반 기업은 이 기간이 6개월로 더 짧다.

한국거래소를 비롯해 금융당국의 심사나 점검이 엄격해지고 있다는 게 기업공개(IPO)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 IPO 업계 관계자는 "정정 요구를 받고 증권신고서를 다시 제출하는 일은 그렇게 놀랄 일이 아니게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IPO 업계 관계자는 "거래소 심사 인력이 바뀌면서 심사가 까다로워지고 늦어지고 있다"며 "기업들이 기술성 평가를 새로 받게 되면 기존 등급보다 더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해 상장을 서두르는 추세"라고 전했다.

거래소는 현재 제약·바이오 기업에 한해 차별화된 포괄공시 가이드라인을 두고 있다. 제약·바이오 업체는 임상시험, 품목허가, 기술이전, 정부과제 등에 중요 이슈가 발생하면 공시해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거래소는 불성실공시로 제재를 검토하게 된다. 단, 해당 이슈가 주가 혹은 거래량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면 별다른 제재를 하지 않는다.

거래소 관계자는 "임상이라는 것 자체에 내재적 리스크가 있는 만큼 임상 관련 가이드라인이나 공시를 보면 한계점을 적도록 하고 있다"며 "투자 유의사항에 문구를 기재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문구는 '임상시험 약물이 의약품으로 최종 승인될 확률은 통계적으로 약 10% 수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임상시험 및 품목허가 과정에서 기대에 상응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 수 있으며 이에 따라 당사가 사업화 계획을 변경하거나 포기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신중하게 투자하기 바랍니다'이다. 바이오 업종, 제도정비 계속…비(非)바이오는 아직
하지만 이는 제약·바이오 기업에 한해 적용될 뿐 특례 상장 전체에 해당하는 얘기는 아니다. 거래소 관계자는 "제약·바이오 업종은 임상이라는 다른 산업들과 차별화된 특성이 있어 추가적인 가이드라인을 둔 것이며, 코스닥 시장 자체가 성장성 있는 업종이 많이 들어오다 보니 이를 포괄할 수 있는 포괄공시는 이미 도입해서 운영하고 있다"며 "기업이 판단하기에 중요하다고 투자자에게 알려야 하는 항목은 공시해야 하는 규정상 근거가 이미 마련돼 있다"고 설명했다.

거래소는 기업들의 기술력을 평가하는 기술평가 모델은 재정비에 나섰다. 업종 다각화 추세를 반영했다. 특례 상장 업종의 다양화에 따른 새로운 가이드라인의 필요성에 거래소도 어느 정도 공감하고 있다고 판단되는 대목이다. 거래소는 제약·바이오 대상 공시 제도를 다시 한번 손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올 초 가이드라인을 한차례 개정한 바 있지만, 올해 제약·바이오 관련 이슈들이 있다 보니 내부적으로 개정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며 "다른 업종에 대해선 아직이다. 필요성이 있다고 하면 그때 검토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게임,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등 여러 업종에 대해서는 아직이다. 올해 전체 특례 상장 기업은 28곳, 이중 19개 업체가 비바이오 업종이었다. 문제가 생기면 그제야 보완책을 마련할 게 아닌 선제적인 제도 구축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특례 기업들은 미래의 성장성이나 기술력이 유일한 평가 수단이다. 그런 만큼 어떻게 이 부분을 잘 시장에 전달하는지가 중요하다. 그래서 공시 제도를 비롯해 정보 비대칭을 해소할 수 있는 메카니즘이 필요하다. 이렇게 해야 일단 증시에 들어온 기업들로부터 투자자를 그나마 보호할 수 있다고 본다. 기관과 애널리스트,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계속)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