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예산정책처가 26일 정부의 내년 총수입이 올해보다 감소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기획재정부가 내년에 총수입이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한 것과는 반대로 경기 침체와 감세 영향이 정부 예상보다 크다고 본 것이다. 정부 총수입이 실제 감소하게 되면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5년 이후 18년 만이다. 예정처는 또 기재부가 짠 내년 예산안 중 47개 사업에 대해 예산 과다 책정 등을 이유로 구조조정을 권고했다.
예정처는 이날 ‘2023년도 예산안 총괄 분석’ 보고서에서 정부의 총수입이 올해 623조2000억원에서 내년엔 622조6000억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기재부가 지난 9월 2일 국회에 제출한 2023년도 예산안에서 정부 총수입을 올해 609조1000억원에서 내년 625조9000억원으로 올려 잡은 것과 대비된다.
이는 두 기관의 세수 전망이 다른 영향이 크다. 예정처는 내년 주식시장 부진으로 주식 거래가 감소하면서 증권거래세수가 기재부 예측치인 5조원보다 1조1000억원 적은 3조9000억원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경기 침체에 따라 부가가치세도 정부안보다 5000억원 덜 걷힐 것으로 봤다.
정부의 감세 조치도 총수입을 줄일 것으로 내다봤다. 법인세 인하, 소득세 완화 등 세제개편안으로 인한 총수입 감소액은 5조2000억원으로 분석했다. 총수입은 재정 총량에서 정부 내부거래 등을 제외한 지표로 2010년부터 국가 결산에 이 지표를 쓰고 있다.
예정처는 총수입 감소를 감안해 지출 사업의 대규모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예산이 과다 책정됐거나 집행 부진이 예상되는 사업의 예산을 깎아야 한다는 것이다. 예정처가 제시한 주요 조정 대상 사업은 총 47개다.
예컨대 금융위원회가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위해 한국자산관리공사에 출자하기로 한 2800억원을 대폭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만기 연장과 상환유예조치가 3년 재연장되면서 이 프로그램의 수요가 적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6610억원이 투입되는 장병 내일준비적금 예산은 저조한 가입률을 감안해 축소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가 예상한 적금 가입률은 95%인데 상근예비역과 대체복무요원의 가입률이 각각 54%, 73% 수준으로 낮다는 이유에서다.
예정처는 유사·중복 사업도 25개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금액 기준으로는 총 1661억원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반도체설계구현인재양성 프로그램(58억원)은 교육부의 반도체특성화대학 지원 내용과 대상이 거의 같다고 비판했다. 문화재청의 청와대 복합문화예술공간사업(217억원)은 문화체육관광부의 ‘테마관광거점조성’ 사업과 중복 지원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예정처는 “정부가 건전 재정 기조를 확립하는 방향으로 예산안을 편성한 만큼 유사·중복 사업을 최소화해 필요한 곳에 재정이 효율적으로 활용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