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채 '잔혹사'…또 모집 물량 미달

입력 2022-10-26 18:09
수정 2022-10-27 02:35
신용등급 AAA급 공기업들이 채권 발행에 잇따라 성공했다. 높은 신용도를 확보한 우량 채권을 중심으로 투자 수요가 다소나마 회복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유동성 경색을 초래한 단기자금 시장에서는 50조원을 공급하겠다는 정부 대책의 효과가 여전히 나타나지 않고 있다.

2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국도로공사(AAA급)는 이날 열린 공사채 입찰 결과 2년물 1400억원, 3년물 500억원 등 총 1900억원어치를 발행하기로 했다. 목표 물량(2년물 500억원, 3년물 500억원)을 훌쩍 넘는 매수 주문이 들어오면서 발행 금액을 늘렸다.

한국공항공사(AAA급)도 총 1400억원어치 공사채 발행을 결정했다. 대신 발행 금리는 크게 올랐다. 2·3년물 모두 연 6% 수준에서 낙찰됐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AAA급 공사채 금리가 연 6%대를 넘어섰다.

다만 한국전력(AAA급)이 발행하는 한전채는 모집 물량을 채우지 못했다. 2000억원 모집에 2년물 600억원어치를 연 5.9%에 발행하는 데 그쳤다.

IBK투자증권은 25일 부산항(북항) 상업업무지구 개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채권을 유동화한 6개월물 ABCP를 연 8.05%의 고금리로 발행했다. 한국투자증권이 SK온의 미국·헝가리 배터리 공장 증설자금 대출을 담보로 발행한 자산유동화전자단기사채(ABSTB)는 이자율이 지난달 연 3.5%에서 이번주 연 6.7%까지 치솟았다.

단기자금 시장 경색이 심화하면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와 CP 금리가 역전되는 현상까지 벌어졌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91일물 CP 금리는 24일 연 4.37%로 마감했다.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한 2020년 이후 처음으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연 4.305%)를 넘어섰다.

장현주/이현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