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젖은 빵을 먹어본 사람은 그 빵의 의미를 안다’는 말이 있잖아요. 힘든 시절을 겪어봤고, 밥벌이를 하게 됐을 때 결심했어요. 1주일에 한 번이라도 누군가를 돕고 살자고요.”
2003년부터 매주 수요일마다 짜장면 급식 봉사활동을 해온 이수영 징검다리봉사단장(61·왼쪽)과 이정표 파주경찰서 경감(57·오른쪽)은 이렇게 말하며 활짝 웃었다. ‘19년 지기’인 이들은 26일 LG복지재단으로부터 ‘LG 의인상’을 받았다. 다른 사람을 위해 봉사를 이어온 이들을 LG가 조명, 격려하고 나선 것이다.
이 단장은 이날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시무룩해 있다가도 갓 나온 짜장면을 받아 들고 활짝 웃는 이웃을 보면 마음이 벅차오른다”며 “강릉, 철원, 태안 등 전국 어디든 행복을 전한다는 생각으로 이 경감과 봉사활동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경감은 “이 단장 덕분에 봉사활동도 하고 이렇게 큰 상도 받았다”며 미소를 지었다.
이 경감을 봉사의 세계로 이끈 것은 이 단장이다. 이 단장은 경기 고양시에서 ‘칭찐’이라는 중국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다. 이 경감은 2003년 헬멧을 쓰지 않고 오토바이 배달을 하던 가게 직원을 단속하다가, 벌금을 대신 내준 이 단장을 만나게 됐다. 이들은 네 살 차이 ‘또래’여서 금세 친구가 됐다.
이 경감은 “함께 봉사하지 않겠느냐는 이 단장의 제안을 받고 솔깃했다”며 “한 번 좋은 일 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다가 19년째 함께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이 단장은 “연대보증 때문에 소위 ‘밑바닥’ 생활을 해봐서 밥 한 끼가 절실한 이들의 마음을 안다”고 했다.
이들은 매주 수요일이면 ‘짜장면 요리사’로 변신한다. 장애인생활시설, 청소년 쉼터, 수해복구지역 등 어려운 이웃이 있을 법한 곳을 찾아다닌다. 적을 땐 50인분, 많을 때는 400인분을 준비해 무료로 대접한다. 무료 짜장면이어도 짜장 소스, 고기, 면 어느 하나 허투루 하지 않는다.
이 단장은 “처음에는 군부대에서 야외 취사 장비를 지원받아 봉사활동을 다녔다”며 “2014년부터는 마음 맞는 사람들과 함께 징검다리봉사단을 꾸렸다”고 했다. 봉사단 활동자는 총 28명. 이들이 매달 3만원씩 낸 돈을 모아 봉사활동 운영비로 쓴다. 이 경감도 “경찰 업무와 짜장면 봉사 모두 사회적 약자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어 시작한 일”이라며 “아무리 바빠도 봉사활동은 빠지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다음달 초 고성 봉사활동을 계획 중이다. 이 단장은 “몸을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는 계속 봉사활동을 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LG복지재단은 이날 이 단장과 이 경감을 포함해 39년간 무연고 홀몸노인을 도운 이이순 씨 등 7명에게 LG 의인상을 수여했다. LG 의인상은 2018년 구광모 LG 회장 취임 후 장기 선행 분야로 수상 범위를 넓혔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