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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 신약 개발 경쟁에서 선두를 차지한 두 미국 바이오 기업이 경기 침체 우려와 약세장 속에서도 순항하고 있다. 바이오젠이 시장 기대를 웃돈 3분기 실적을 내놓은 가운데 경쟁사인 일라이릴리도 신약 개발 기대감에 주가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투자업계도 두 업체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바이오젠, 두 번째 치매 신약 상용화 눈앞25일(현지시간) 바이오젠은 "지난 3분기 매출 25억1000만달러(약 3조5800억원), 조정 기준 주당순이익(EPS) 4.77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시장 추정치였던 매출 24억달러, EPS 4.13달러를 모두 웃도는 실적을 냈다. 연간 매출 전망치도 100억달러에서 101억5000만달러로 상향했다.
바이오젠은 지난해 6월 미국에서 알츠하이머 치료제인 '아두헬름'의 상용화에 성공한 업체다. 증상 완화가 아닌 질병 원인을 치료하는 치매 약을 내놓은 건 이 회사가 처음이었다. 하지만 효능 부족과 부작용 논란으로 인해 보험 적용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지난 3분기 아두헬름 매출은 160만달러(약 22억8000만원)에 그쳤다.
바이오젠은 두 번째 알츠하이머 신약인 '레카네맙'으로 권토중래를 노리고 있다. 지난달 공개한 임상 3상 결과에서 레카네맙은 환자의 인지기능 저하 속도를 27% 줄이는 결과를 얻었다. 22% 감소에 성공했던 아두헬름보다 효능이 개선됐을 뿐 아니라 뇌부종·뇌출혈 등의 부작용 발생률도 41%에서 3% 미만으로 대폭 감소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내년 1월 6일 내에 레카네맙의 신약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미셸 부나초스 바이오젠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협력사인 일본 에자이를 통해 내년 1분기 내에 미국, 유럽, 일본에서 신약 허가를 신청할 것"이라며 "(투약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정맥주사가 아닌 피하주사로 임상 3상을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치매 치료제 개발 성공 기대감에 주가도 연중 최고치에 근접했다. 이날 나스닥시장에서 바이오젠 주가는 273.56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전일 대비 0.39% 하락했지만 지난달 28일 임상 3상 결과 발표 후 기록했던 연중 최고치(276.61달러) 대비 1.2%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연초(1월 3일) 주가보다 12% 높다. 24일 미 투자은행 제프리스는 바이오젠에 '매수' 평가를 내놓으며 목표 주가를 300달러에서 325달러로 상향했다. 지난 13일엔 모건스탠리와 스티펠도 이 회사에 '매수' 의견을 내놨다.
일라이릴리, 25일 주가 역대 최고알츠하이머 신약 개발 열기는 다른 제약사 주가도 끌어올렸다. 시가총액이 3338억달러(약 476조원)에 달하는 일라이릴리는 25일 주가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회사 주가는 이날 전일 대비 0.98% 오른 351.31달러를 기록했다. 연초(1월 3일) 대비 29% 높다. 일라이릴리도 알츠하이머 치료제인 '도나네맙'을 개발 중이다. 상용화를 앞둔 레카네맙과는 달리 임상 2상 단계지만 인지기능 저하 속도를 32% 늦추는 결과를 얻었다.
일리아릴리는 비만 신약이란 '무기'도 갖고 있다. 지난해 당뇨병 치료제로 FDA에서 승인을 받은 '마운자로'를 비만 치료제로 개발 중이다. 내년 4월 임상 3상을 마치는 게 목표다. 지난 6일 FDA에서 신약 승인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는 '패스트트랙' 지정도 받았다. 18일 난청 치료제 개발사인 아쿠오스를 4억8700만달러(약 70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하며 유전자치료제 개발 역량도 확보했다.
투자전문매체 모틀리풀은 "알츠하이머 치료제만 보면 개발 속도가 더 빠른 바이오젠의 사업 전망이 일라이릴리보다 장밋빛"이라면서도 "장기 투자 측면에선 다른 파이프라인 매출이 줄어들고 있는 바이오젠과 달리 여러 제품군이 유망하고 최근 수년간 수익이 더 높았던 일라이릴리가 더 매력적"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13일 모건스탠리는 일라이릴리에 '비중확대' 평가와 함께 목표 주가 408달러를 제시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