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이후 국제 사회로부터 젖소를 받아 축산·낙농업을 재건했던 한국이 12월 네팔에 젖소 101마리를 지원한다. 한국의 젖소 생우가 해외로 가는 첫 사례다. 한국이 지원을 받던 국가에서 지원을 하는 국가로 변모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27일 국제개발 비영리기구 헤퍼인터내셔널(Heifer International)의 한국법인 헤퍼코리아에 따르면, 헤퍼코리아는 한국형 젖소유전자원(종모우·동결정액)과 젖소암소 101두를 12월 중순 네팔에 항공편으로 운송한다. 지원을 받는 네팔 가정은 50여 가구다. 이후 태어나는 암소새끼와 가축관리기술을 이웃에게 전하는 조건이다.
헤퍼는 1944년 미국에서 설립된 국제개발기구다. 헤퍼는 ‘한 잔의 우유가 아닌 소 한 마리를 전한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미국 농부 댄 웨스트에 의해 세워졌다. 개발도상국 빈곤퇴치가 주요 임무다. 작년 기준 2억8700만 달러의 순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설립 이후 현재까지 125개국을 지원했다.
헤퍼는 한국에 1952년부터 1976년까지 미군 수송기를 통해 총 44회에 걸쳐 젖소 897마리, 황소 58마리, 염소 200마리 등의 가축을 지원했다. 누적 지원 가축은 3200마리다. 각 가축들은 부산 이사벨 고아원 등 전국 각지에 보내졌다. 전쟁 고아의 영양상태를 책임졌다. 이후 한국은 지원받은 젖소를 꾸준히 개량했다. 현재 한국형 젖소의 연간 두당 산유량은 9000~1만㎏이다. 세계 4위 수준이다.
헤퍼코리아는 개량된 우수한 한국형 젖소를 네팔에 지원해 생산성 향상을 돕는다. 네팔은 작년 1인당 국민소득 1223달러의 세계 최빈국 중 하나다. 전체 인구의 80%가 농촌에 거주하며 젖소를 기르지만, 생산성은 주변 개발도상국 평균의 3분의 1 수준이다. 연간 두당 산유량 880㎏에 불과하다. 부실한 영양 조건으로 인해 네팔 5세 미만 어린이 중 36%가 발육 부진인 것으로 조사된다.
헤퍼코리아는 한국형 젖소 한마리가 네팔에서 연간 최소 4500㎏의 우유를 생산하며 5년간 최소 3마리의 새끼를 출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원 5년 후 축산농가의 연소득은 최대 8300달러 수준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이혜원 헤퍼코리아 대표는 “6·25 전쟁 이후 한국이 받았던 지원을 이제는 돌려줄 차례가 됐다”며 “네팔에 한국형 젖소를 보급하고 가축관리기술 등을 전수하며 네팔 낙농업의 구조적인 변화를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김진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