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정부의 총수입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총수입 감소는 2005년 이 개념이 도입된 이후 사상 처음있는 일이다. 최근 경기 침체와 정부의 감세 기조가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이다. 이같은 전망을 내놓은 국회예산정책처는 내년 예산안의 주요 사업 중 일부를 추가로 조정해야한다고 지적했다. 내년 수입 622조원…첫 감소26일 국회 예산정책처는 '2023년도 예산안 총괄 분석' 보고서를 통해 내년 정부의 총수입이 622조6000억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총수입 예상 규모인 623조2000억원보다 6000억원 가량 감소한다는 것이다.
이는 정부가 내년 총수입이 늘어날 것으로 본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는 평가다. 정부는 지난 9월 발표한 2023년도 예산안에서 내년 수입 전망치를 625조9000억원으로 잡았다. 2차 추경 기준 올해 총수입 전망인 609조1000억원은 물론, 예정처가 전망한 올해 수입(623조2000억원)에 비해서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같은 차이가 발생한 것은 세수 전망에서 두 기관이 다른 견해를 보였기 때문이다. 예정처는 정부보다 내년 주식시장이 더 안좋을 것으로 봤다. 증권거래가 크게 감소해 증권거래세수가 정부 예측치인 5조원보다 1조1000억원 적은 3조9000억원에 그칠 것으로 봤다. 경기침체로 인해 부가가치세도 정부안보다 5000억원 덜 걷힐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의 감세 방침도 총수입 감소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꼽힌다. 예정처는 정부의 세법개정안 등으로 인해 내년도 총수입이 5조2000억원 줄어들 것으로 봤다. 세법개정을 하지 않는다면 총수입이 감소하는 사태는 없었을 것이란 의미다.
예정처의 전망대로 내년도 총수입이 감소하면 이는 현재의 총수입 개념을 도입한 2005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총수입은 재정 총량에서 정부 내부거래와 보전거래 등을 제외한 것을 의미하는 지표다. 국가 결산에는 지난 2010년부터 쓰고 있다.
"47개 사업, 예산 깎아야"예정처는 이같은 점을 감안해 지출 사업의 대규모 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예산이 과다 책정됐거나 집행 부진이 예상되는 사업의 예산액을 조정하라는 것이다. 예정처가 제시한 주요 조정 대상 사업은 총 47개다.
금융위원회가 한국자산관리공사에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위한 2800억원을 출자하는 사업은 규모를 대폭 줄여야한다고 봤다.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에 대한 만기연장과 상환유예조치가 3년 재연장되면서 수요가 적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6610억원이 투입되는 장병 내일준비적금 예산은 저조한 가입률을 감안해 축소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예상한 적금 가입률은 95%인데 상근예비역과 대체복무요원의 가입률이 각각 54%, 73% 수준으로 낮다는 이유에서다.
고용노동부의 청년일자리도약장려금(9240억원), 환경부의 운행차 배출가스 저감사업(5046억원),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바우처 지원(1824억원) 등도 조정 대상으로 언급됐다.
사업 내용이 유사한 중복 사업도 25개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액 기준으로는 1661억원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반도체설계구현인재양성 프로그램(58억원)은 교육부의 반도체특성화대학 지원내용과 대상이 거의 같다는 비판을 받았다. 문화재청의 청와대 복합문화예술공간사업(217억원)은 문화체육관광부의 '테마관광거점조성' 사업과 중복지원 우려가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같은 부처 내에서도 이같은 중복 사업이 많았다. 국토교통부는 29억원을 들여 모빌리티활성화 지원사업을 새로 하겠다고 나섰는데 이미 예산을 투입하고 있는 자율자동차상용화, 드론교통산업활성화 지원사업과 차별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았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창업중심대학 사업(674억원)도 기존의 예비·초기·창업도약패키지와 다르지 않다는 평가다.
예정처는 "정부가 건전재정기조를 확립하는 방향으로 예산안을 편성한 만큼 유사·중복 사업을 최소화해 필요한 곳에 재정이 효율적으로 활용되도록 해아한다"고 지적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