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과점 지속시 강제분할"…'플랫폼 규제법' 내놓은 안철수

입력 2022-10-26 16:14
수정 2022-10-26 16:51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기업의 독과점이 지속될 경우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의 분할까지도 명령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26일 발의했다. 지난 15일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피해가 전방위적으로 확산되면서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 문제가 도마에 올랐기 때문이다. 기업가 출신으로 규제보다는 혁신을 강조해온 안 의원이 규제 법안을 발의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안 의원의 지역구는 플랫폼 기업들이 포진한 경기 성남분당갑이다.

안 의원이 대표발의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은 독과점적 시장 구조가 장기간 지속될 경우 공정위가 해당 시장 내 사업자에게 주식 처분, 영업 양도 등 시장 구조 개선에 필요한 조치를 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독점 기업의 문어발 확장을 막기 위해 사실상 기업 분할까지도 명령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기존의 위법행위에 대한 시정조치나 과징금 부과만으로는 공정한 경쟁을 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의미에서다.

안 의원은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미국 정부는 반(反)독점법에 근거해 1984년 유선 전화사업을 독점한 AT&T를 8개 기업으로 쪼갰고, 여러 기업이 서로 경쟁하면서 통신·인터넷 강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며 “한국의 공정위는 기업 분할을 명령할 권한이 없는데, 이 권한을 강화시켜 궁극적으로는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독과점을 막는다는 명목으로 공정위에 무소불위의 권한이 주어질 경우 기업의 혁신이 가로막힐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안 의원은 “플랫폼 기업들을 강제 분할하는 게 목적이 아니다”라며 “칼은 칼집에 있을 때 가장 무섭다는 말처럼, 공정위의 권한을 강화해 자발적으로 독과점을 완화하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안의 최종 목적은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도 했다. 안 의원은 “독점 기업이 되면 경쟁이 사라지고, 소비자가 부담해야 할 비용은 높아진다”며 “혁신이 사라진 자리에 해외 기업이 들어올 경우 해당 기업은 도태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정위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조항도 포함시켰다. 공정위 상임위원 수를 5명에서 7명으로 늘리고, 국회의 추천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하며, 임기를 3년에서 5년으로 상향 조정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권한과 독립성을 강화하는만큼 책임 소지도 높였다. 심리, 의결 및 회의록 전문을 공개하도록 한 것이 대표적이다.

다만 국민의힘은 플랫폼 독과점 규제를 새로 만드는 데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카카오톡의 경우 소비자 선택에 따라 자연스럽게 독점을 형성한 사례라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안 의원은 “카카오톡만 보면 맞는 말이지만, 메신저 시장에서 확보한 고객을 대상으로 택시, 쇼핑 등으로 문어발 확장을 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당과 다른 입장을 보이는 것에 대해서는 “정치적 논리와 관계 없이 기업가·소비자·혁신가의 입장에서 제 소신을 담은 법안”이라고 설명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