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군함 때문에"…돌고래 5만 마리 떼죽음 당했다

입력 2022-10-26 13:37
수정 2022-10-26 13:38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 군이 사용하는 수중 음파 탐지기 때문에 흑해 돌고래들이 떼죽음을 당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5일(현지 시각) 영국 일간 더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올해 2월 전쟁이 시작된 후 민간인 접근이 가능한 흑해 해안에서 집단 폐사한 돌고래와 알락돌고래 95마리를 발견됐다.

전쟁 전에는 흑해 해안선에서 돌고래가 죽은 채 발견되는 일이 1년에 몇 번 없었다는 과학자 이반 루셰프는 "흑해에서 죽은 돌고래는 약 5만 마리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루셰프는 부검 결과 이들 돌고래 사체에서는 그물에 걸렸거나 지느러미가 잘린 흔적 등 외상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러시아 군함이 사용하는 음파 장비가 돌고래의 생존 수단인 반향 위치 측정을 교란해 돌고래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음파와 소리의 반향을 이용해 주변 물체의 위치를 파악하는 돌고래가 러시아군 음파 장비에서 내보내는 저주파 신호의 방해를 받은 탓에 먹이를 찾지 못하고 굶어 죽거나 바위 및 해안 등 위험한 곳으로 돌진해 죽었다는 말이다.

우크라 남부 오데사 지역 검찰총장 세르히 코스텐코는 "선행 연구에 따르면 돌고래 집단 폐사의 원인은 러시아 흑해 함대가 사용하는 음파 탐지기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파블로 골딘 우크라이나 국립과학아카데미 연구원은 "러시아 흑해 함대는 음파 탐지기, 미사일 발사 등 수많은 소음원을 갖고 있다"며 "전투기 등의 비행은 돌고래의 청각 손상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비판했다.

더타임스는 흑해와 맞닿아 있는 튀르키예와 불가리아에서도 전쟁 이후 돌고래 등 해양 포유류가 죽은 채 발견되는 일이 급증했다고 덧붙였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