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한국은행 잉여금이 올해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금리가 상승하면서 외환보유고를 운용하는 한은의 투자 수익이 줄어든 영향으로 분석된다.
26일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일반회계상 한국은행 잉여금은 1조2725억원으로 반영됐다. 이는 올해 4조315억원이었던 것에서 31.6%에 그치는 수준이다. 한은은 직전 회계연도에서 발생한 순이익의 30%를 법정적립금과 나머지 일부를 임의적립금으로 처리한 뒤 잔액을 정부에 납부한다. 이를 일반회계상 '한국은행 잉여금'으로 부른다. 한은 잉여금은 정부의 국세외수입으로 잡힌다.
내년도 한은 잉여금이 올해 대비 급감하는 것은 한은이 그만큼 이익을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은은 외환 자산을 운용하면서 대부분의 수익을 낸다. 통화안정증권을 발행해 조달한 원화 자금을 바탕으로 달러와 엔화, 유로화 등을 매입해 외환보유액을 쌓는다. 외환보유액으로는 미국 국채 등에 투자하거나 한국투자공사(KIC) 등에 맡겨 수익을 올린다. 정부는 국회에 "국제금리 상승, 한은의 외화증권 매매차익 감소에 따라 한은 잉여금이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은은 지난 2021년 8조원에 육박하는 사상 최대 이익을 얻었다. 한은의 2021년 당기순이익은 7조8638억원으로, 1950년 한은 출범 이후 최대 실적이다. 이는 코로나19 기간 국제 금융시장의 호황 등에 따른 영향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한은 잉여금도 정부 예상치를 훨씬 상회했다. 한은 잉여금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의 '실탄'으로 이용되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의 통화 긴축기조 강화 등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원·달러 환율 상승 등 대외요건이 악화하면서 한은의 이익 역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선진국에서는 중앙은행의 손실까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국 금융사인 애머스트 피어폰트 증권은 미국 재무부가 지난해 미 중앙은행(Fed)으로부터 약 1000억달러의 이익을 국고로 받았지만, 올해는 반대로 Fed에서 800억 달러가량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영국 재무부 역시 이미 영국 중앙은행의 손실을 만회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 중이다. 채권 가격이 급락하면서 이들 중앙은행이 최근 몇 년 간 시장 안정과 경기 부양을 위해 사들인 채권 자산의 장부상 손실이 클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조미현/황정환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