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로 전 세계 빙하가 녹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고대 바이러스가 나타나 야생동물을 감염시킬 가능성이 커졌다는 연구가 나왔다.
24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캐나다 오타와대학 스테판 아리스브로수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의 연구 결과를 인용해 캐나다 누나부트주 엘즈미어에 있는 북극 담수호 '하젠 호수'에서 빙하가 녹은 물이 다량으로 유입되는 지역은 바이러스 유출 위험이 더 높다는 점을 밝혀냈다고 보도했다.
스테판 아리스브로수 연구팀은 빙하가 녹은 물이 유입되는 하젠호수에서 토양과 퇴적물 샘플을 수집해 RNA와 DNA의 염기서열을 분석해 기존에 알려진 바이러스·박테리아의 특징을 식별했다.
연구팀은 식별한 바이러스가 유기체를 감염시킬 가능성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빙하와 영구동토층에 잠들었던 이 바이러스와 박테리아가 깨어나 지역 야생동물 등 새로운 숙주를 감염시킬 가능성이 커졌다는 결론을 얻었다.
다만 이번 연구에서 발견한 바이러스가 인류 최초의 것인지, 또 이런 바이러스들이 실제 감염과 전파를 일으킬 수 있는지는 아직 명확히 입증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가디언은 "연구팀이 수개월 내로 바이러스에 대한 정보를 구체화할 예정"이라며 "이번 연구는 빙하 유실로 인류가 경험하지 못한 바이러스 등장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한 최신 연구였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와 유사한 사례로 사망에 이르는 일도 잇따라 발생한 바 있다. 앞서 지난해 7월 티베트고원의 해발 6500m의 얼음 샘플에서는 1만5000년 전 바이러스가 발견됐다.
당시 얼음에서는 33개의 바이러스가 식별됐는데, 이 가운데 28개는 인류가 최초로 접한 것이었다. 발견된 바이러스의 절반은 얼음이 얼어붙는 환경에서도 살아있던 것으로 추측된 바 있다.
또 2016년에는 북부 시베리아에서 발생한 탄저병으로 어린이가 사망하고 최소 7명이 감염됐다. 폭염으로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순록 사체가 드러났고 탄저균이 퍼져 다수의 감염자가 발생한 것이다.
2014년에는 시베리아 영구동토층에서 '몰리 바이러스 시베리쿰'이라는 이름의 3만년 된 바이러스가 발견되기도 했다.
김현덕 한경닷컴 기자 khd998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