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시장에서 안전보건공단 직원 ‘모셔가기’ 경쟁이 치열하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산업안전보건분야 전문가의 역할이 커졌기 때문이다. 안전보건공단은 고용노동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25일 박대수 국민의힘 의원이 안전보건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중대재해법 시행을 앞둔 지난해 공단에서 스스로 사표를 낸 의원면직 근로자는 88명이었다. 전년(2020년 53명) 대비 66% 늘어난 수치다. 올해도 9월까지 이미 68명이 의원면직을 선택했다. 월평균 의원면직자 수가 7.5명으로 지난해(7.3명)보다 많다. 의원면직은 다른 직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경우가 대다수다.
사표를 쓴 직원 대부분은 중대재해법 관련 현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저연차 직원이었다. 올해 의원면직자 중 40명은 5년 미만 경력자다. 대부분 산업안전부, 건설안전팀, 흡입독성시험부, 산업안전부 등 산업안전 및 중대재해와 관련된 부서 출신이다.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기업들이 가장 선호하는 분야다.
20년 이상 근무한 직원은 14명이다. 이들 중 7명이 안전보건경영시스템(KOSHA MS)을 담당했던 직원들이다. KOSHA MS는 특정 사업장이 공단이 세운 적합한 안전기준에 맞게 운영되고 있는지 확인해주는 인증서다. 공공기관 사업 입찰이나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가점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인증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SPC 빵공장 끼임 사고로 KOSHA MS 심사가 엄격해질 것으로 보여 해당 인력 수요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직을 가장 많이 한 업계로는 로펌이 꼽히고 있다. 법무법인 화우는 고재철 전 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장, 최동식 전 산업안전보건공단 안전보건팀 과장 등 산업안전공단 출신 고문과 전문위원을 영입해 대응에 나섰다. 법무법인 율촌도 백은규 전 고용부 산재예방지도과장과 김관우 전 산업안전보건공단 연구위원을 영입했다. 김 전 연구위원은 KOSHA MS 전문가로 손꼽힌다.
법무법인 김앤장도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안전보건 공단 출신과 고용부 산업 안전 관련 부처 출신을 10여 명 영입했다고 알려졌다. 대형 로펌 관계자는 “과거에는 로펌들이 주로 근로기준법과 노사관계 분야 전문가 위주 전관만을 영입했다”며 “중대재해법이 시행되면서 로펌들이 산업안전 분야 전관까지 영입해야 노동팀이 완성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구민기/곽용희 기자 k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