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계에 부는 겨울바람이 예상보다 매섭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SK하이닉스도 올 3분기 '어닝쇼크'(실적 충격) 수준의 부진한 실적을 낼 것으로 우려된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감소에 미국의 대중(對中) 반도체 규제 등이 겹치면서 실적 한파가 더 짙어질 전망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이날 오전 올 3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SK하이닉스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평균추정치)는 최근 3개월 기준 2조1569억원. 4조1718억원을 거둔 지난해 3분기보다 48.3% 감소한 수치다.
최근 1개월래 영업익 추정치는 2조원을 밑돈다(1조9808억원). KB·하이투자증권은 SK하이닉스가 1조6000억원대의 영업익을 낼 것으로 봤고, 케이프·다올투자증권은 1조5000억원대를 써냈다. 지난해 실적의 반토막도 안 된다는 얘기다.
반도체 업체들이 가격 협상력을 상실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둔화로 재고 부담이 가중된 탓이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D램, 낸드의 3분기 평균판매단가(ASP) 하락률은 당초 예상을 크게 넘어서는 20%대 초반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지난 6월 이후 이미 고객들의 과잉 재고 축소가 본격화됐고,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은 부진한 출하량을 만회하고 고객들 구매를 유도하기 위해 분기 말에 추가 가격 인하를 실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오는 27일 오전 3분기 확정 실적을 공개한다. 이달 초 이미 시장 기대를 밑도는 잠정실적을 발표했지만 이번엔 세부 사업 부문별 실적도 나온다.
3분기 잠정 영업이익은 10조8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1.73% 줄었다. 지난해 1분기(9조3829억원) 이후 6분기 만에 가장 적다.
반도체 부문에서는 6조원 안팎의 영업익을 거뒀을 것으로 증권가는 추측한다. 지난해 3분기, 올해 2분기에 10조원 안팎의 수익을 올렸던 것과 비교하면 감소폭이 크다.
4분기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오히려 3분기보다 성적이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세가 더 가팔라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KB증권은 삼성전자가 4분기에 디스플레이를 제외한 전 사업부 이익이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4분기 메모리 출하가 증가하지만 판가 하락이 지속되면서 반도체 영업익이 부진할 것으로 판단했다.
SK하이닉스도 D램 수급이 개선되는 내년 하반기에나 실적 회복세를 나타낼 것이란 예상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는 D램, 낸드 평균판매단가 하락 지속, 재고 조정 영향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실적 부진이 전망된다"며 "내년 하반기부터는 글로벌 메모리 산업의 제한적 공급 증가와 서버 중심의 메모리 재고 축적 수요로 점진적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도 변수다. 최근 미국 정부는 대중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 조치를 발표했다. 중국에 대규모 투자를 한 국내 반도체 업계의 타격이 예상된다.
일단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운영하는 중국 공장은 1년간 건별 허가를 받지 않아도 반도체 장비를 수입할 수 있도록 허용해 한숨 돌렸지만, 유예 기간이 1년에 불과해 대규모 투자를 진행해온 중국 공장의 장기 설비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1위인 대만 TSMC는 일부 중국 고객사의 첨단 반도체 위탁생산을 중단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미국의 대중국 규제에 동참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같은 TSMC 행보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