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욱 "집값 안정된 지금이 경부고속도로 전면 지하화 적기" [인터뷰]

입력 2022-10-25 16:22
수정 2022-10-25 16:37


“집값 하락으로 부동산 시장이 햐향 안정기에 접어든 지금이 경부고속도로 양재-기흥IC 구간 전면 지하화를 추진할 적기입니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57·재선)은 25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경부고속도로 전면 지하화에 최대 걸림돌이었던 집값 자극 우려가 잦아든 상황”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분당신도시(경기 분당구을)를 지역구로 둔 김 의원은 21대 국회에서 정무위원회 간사를 역임한 뒤 지난 7월부터 국토교통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정치권에서 김 의원은 경부고속도로 양재-기흥 구간 전면 지하화를 선제적으로 주장한 인물로 꼽힌다.


지난 6일 국토교통부 국정감사에서 김 의원은 원희룡 국토부 장관으로부터 “의원님이 제시하는 방안에 대해 저희들이 반영·조정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 열린 마음으로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얻어내 주목받았다.

경부고속도로 지하화는 1992년 14대 대선 당시 통일국민당 후보로 나선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의 ‘지상 복층화’ 공약에서 착안했다. 국토의 ‘대동맥’이라 할 수 있는 경부고속도로는 성남·용인·화성 등지에서 대규모 택지 개발이 이뤄지면서 이미 포화상태에 도달했다.


이후 수도권을 중심으로 지하화 논의가 끊이지 않았으나 좀처럼 실행에 옮겨지지 못했다. 김 의원은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도 검토가 이뤄졌지만 집값이 오르는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우려에 중단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부터 집값 상승세가 한풀 꺾이자 지하화 논의는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서울시는 작년 8월 시가 관리하는 한남-양재(6.8㎞) 구간 지하화를 위한 연구용역에 착수했다. 국토부는 올 초 ‘제2차 고속도로 건설계획(2021~2025년)’을 발표하면서 양재-기흥(21.6㎞) 구간에 지하터널을 건설해 확장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런데 국토부와 서울시의 지하화 방안에는 차이가 있었다. 국토부는 양재-기흥 구간에 현재의 지상도로(왕복 10차선)를 그대로 둔 채 지하에 6차선을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서울시는 지상도로(8차선)를 돔으로 덮어 상부를 공원화하고 지하에 12차선을 추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김 의원은 “서울시와 국토부가 완전히 다른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서울시 구간이 전면 지하화되면 양재IC에서 나머지 구간 지상도로와의 터널 연결 문제가 복잡해진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서울 구간의 전면 지하화 계획이 알려지면서 인접한 성남·용인 주민은 심각한 박탈감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라며 “양재-기흥 구간 지상도로를 그대로 놔두면 도시단절, 소음 환경 문제가 지속되고 수도권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지 못하는 큰 우를 범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양재-기흥 구간에 대해서는 지상도로를 왕복 4차선만 돔으로 덮어 공원화하거나 상부를 복합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하도로는 지하 40m에 들어서는 중심도 터널 2개와, 80m의 대심도 터널 2개 등 4개의 터널을 뚫어 10차선을 추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전문가 자문 결과 여기에는 모두 8조원 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김 의원은 추산했다.

전면 지하화 비용을 충당하는 방안으로는 지상부지 복합개발을 꼽았다. 김 의원은 “어차피 국토부가 제안한 방법으로도 3조원 이상이 든다”며 “양재-기흥 구간을 전면 지하화해 확보되는 부지를 활용하면 추가 비용을 충분히 회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양재-기흥구간 도로용지 넓이는 32만평(98만㎡)으로 1700여개 기업이 입주한 판교테크노밸리(20만평)의 1.5배에 이른다.

그는 “성남 정자동에 있는 서울톨게이트 부지만 잠실야구장의 두 배 넓이”라며 “양재-기흥 구간을 개발해 판교밸리와 연계한 ‘K-반도체 밸리’로 확대하면 미래 한국의 성장동력을 키우는 클러스터로 발전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도로를 지하화한 뒤 상부 용지를 복합개발한 해외 사례로는 독일 함부르크, 프랑스 파리 라데팡스, 일본의 오사카 비즈니스 파크 등을 꼽았다.



김 의원은 “경부고속도로 전면 지하화로 인한 혜택을 도로에 인접한 일부 주민만 누린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라며 “서울을 오가며 겪는 교통체증 해소는 물론, 복합개발로 창출되는 부가가치 등 막대한 경제적 효과는 온 국민이 누리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형주/설지연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