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화번호 등이 타인에 의해 도용되는 개인정보 침해 사례가 4년 새 두 배 이상 늘었다. 유출된 개인정보는 명의 도용, 보이스 피싱 등 경제적 피해를 야기하는 금융 사기뿐 아니라 스토킹, 유괴, 살인 등 강력 범죄로도 이어진다. 정보기술(IT)이 발전하고 데이터산업이 급성장하면서 이런 개인정보 침해와 해킹 등 사이버범죄가 늘고 있다. 자동차가 일상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차량에서 개인정보가 침해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몇 달 전 유명 치어리더의 차량 앞에 극성팬들이 모여들었다. 이들은 자동차 앞 유리에 적어 둔 비상 연락용 전화번호와 아파트 주민 차량 출입을 위한 스티커로 치어리더의 개인정보를 알아내려고 했다. 서울 강남에서는 여성 운전자의 주차된 차량에 적힌 전화번호로 불쾌한 사적 연락을 하고, ‘이중주차이니 차를 빼달라’는 거짓 연락을 해 유인한 뒤 흉기로 위협하는 강도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일부 범죄자는 아파트나 대형마트 주차장에서 비상연락용 전화번호를 대량 수집해 스팸 문자, 보이스피싱 등에 쓰고 있다. 자동차에 노출된 전화번호를 다른 방법으로 대체하거나, 차량 센서를 통해 연락이 필요한 상황인지 사전에 파악하는 기술이 도입되면 자동차의 개인정보 유출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이런 문제의 해법 중 하나는 QR코드다. QR코드를 차량 앞유리 또는 주유구 등에 붙여 차주의 전화번호를 대체하는 것이다. 차주에게 연락할 때 카메라를 통해 해당 차량 고유 QR코드를 인식시켜 차주에게 연락 사유와 함께 연락 요청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메시지를 받은 차량 주인은 연락 사유를 검증할 수 있다. 차량에 장착된 다양한 센서와 첨단 기술을 통해서다. 대표적으로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차량·사물 간 연결(V2X) 등이다. ADAS는 차량에 카메라, 레이더, 라이다, 초음파 센서 등으로 운전 중 발생하는 상황을 인지하고 상황을 판단해 운전자가 안전하고 편리하게 주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능이다. V2X는 차량(V)이 유선 또는 무선망을 통해 사물(X)과 정보를 교환하는 기능을 말한다. 연결되는 객체에 따라 차량 간 연결(V2V), 차량과 보행자 간 연결(V2P), 차량과 인프라 간 연결(V2I) 등으로 나뉜다.
예를 들어 이중주차 상황이라는 연락이 왔을 때 차주는 원격으로 ‘서라운드 뷰 모니터(SVM)’를 통해 차량 주변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V2V로 차량 간 거리를 판단한 뒤 이중주차 차량인지 확인한다. 또는 V2P를 통해 차량과 스마트 기기 간 거리를 판단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이중주차 상황에 대한 연락 사유를 검증할 수 있다. 접촉사고 상황에서는 SVM, V2V, V2P와 더불어 충격감지센서로 내 차량에 접촉 충돌이 일어났는지 파악할 수 있다.
최근 정보통신기술 발전과 함께 커넥티드카, 스마트카가 개발되며 조종 시스템 조작, 해킹 등 사이버 범죄도 점점 일어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차량 내 센서와 첨단 기술로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해킹 등 사이버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현대모비스 기술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