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5일 윤석열 대통령의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 전면 불참하기로 했다.
오영환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전 의원총회를 마친 직후 "민주당 의원은 오늘 전원 본회의장에 입장하지 않는다"며 "윤 대통령이 국회에 도착해서 입장할 때는 엄중하고 절제된 침묵시위로 대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야당 의원들이 대통령이 직접 나서는 시정연설에 입장하지 않은 채 전면 보이콧하는 것은 헌정 사상 최초 사례다.
민주당은 본회의장에 입장하는 대신에 국회 로텐더홀에서 피켓을 들고 규탄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 중 비공개 의총을 개최하고 퇴장 이후엔 다시 마무리 규탄대회를 이어갈 계획이다.
앞서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해외 순방 중 비속어 논란, 종북 주사파 발언, 검찰과 감사원의 전방위적 수사·감사에 대해 사과하지 않을 경우 협치 의지가 없다고 간주하겠다며 시정연설 거부 의지를 밝혀 왔다.
민주당이 이날 시정연설 전면 거부를 결정함에 따라 정기국회에서 여야 대치는 더욱 격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의총 모두발언에서 "뒤로는 막말 정쟁을 하며 민생을 외면하고 야당 탄압과 협치 파괴로 입법부를 부정하는데 또다시 시정연설로 국회를 기만하려는 것이냐"며 "민주당은 오늘 윤석열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을 전면 거부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 원내대표는 "2017년 11월 1일 국민의힘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2018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검은 복장에 근조 리본을 달고 대형 현수막과 손팻말을 들고 고성으로 연설을 방해했다"며 "오늘 우리는 당시 국민의힘처럼 본회의장에 들어가서 대통령 연설을 직접 방해하는 행위보다 더 엄중하면서도 절제된 방식으로 항의의 뜻을 충분히 표출하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박 원내대표는 "윤석열 정권의 반 협치 폭주 앞에 오늘 대통령 시정연설을 거부하나 국민 혈세를 허투루 쓰이지 않게 예산심사는 그 어느 해보다 철저히 그리고 더 강력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