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원전수출 암초 만난 한수원

입력 2022-10-24 18:08
수정 2022-10-25 01:20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이 미국 원전기업 웨스팅하우스로부터 지식재산권을 침해했다는 소송을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폴란드 원전 수주전에서 경합 중인 웨스팅하우스가 한국 측을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최악의 경우 한국의 원전 수출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웨스팅하우스는 지난 21일 한전과 한수원을 상대로 미국 수출입통제법에 따라 APR1400의 폴란드 수출 등을 금지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웨스팅하우스는 APR1400이 미국 컴버스천엔지니어링(CE)의 원자로 시스템80과 시스템80+를 기반으로 개발된 것이므로 한수원이 이를 다른 나라에 수출하려면 웨스팅하우스와 미국 에너지부의 허가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컴버스천엔지니어링은 2000년 웨스팅하우스에 인수됐다.

업계는 한수원이 폴란드 신규 원전 사업 입찰에서 경쟁사인 웨스팅하우스와 프랑스전력공사(EDF)에 비해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제기되자 웨스팅하우스가 소송을 통해 견제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웨스팅하우스와 한수원 간 지식재산권 문제는 한수원이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에 원전 4기를 수출할 때도 쟁점이 됐다. 당시에도 한수원이 UAE에 원전을 수출하려면 미국 원자력법 제123조에 따라 한·미가 체결한 ‘123합의’에 의거해 미국 에너지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당시 한수원은 웨스팅하우스에 기술자문료 등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웨스팅하우스와 미국 측 승인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웨스팅하우스의 소송이 폴란드 원전 수출뿐 아니라 윤석열 정부의 ‘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출’ 목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5월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한·미 원전 동맹’을 언급한 뒤 양국이 합의점을 찾아가던 APR1400의 지식재산권 문제가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수원은 “구체적인 것은 밝힐 수 없다”며 “관련 내용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