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초까지 베어마켓 랠리…금리·윈도드레싱·중간선거 '삼박자' 기대"

입력 2022-10-24 16:06
수정 2022-10-24 16:20

“‘지금은 주식을 팔아야 할 때’라는 부정적 전망만 가득하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투자 기회가 왔다고 판단된다. 내년 초까지 10% 이상 반등하는 베어마켓 랠리(약세장 속 일시적 상승)가 펼쳐질 것이다.”

편득현 NH투자증권 WM마스터즈 전문위원은 2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편 위원은 한경닷컴 회원을 위한 프리미엄 재테크 콘텐츠 ‘한경 마켓PRO’에서 ‘편득현의 월스트리트 따라잡기’ 코너를 운영하고 있다. 모건스탠리,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글로벌 투자은행(IB)의 전망을 매주 분석하는 만큼 시장 흐름에 민감하다.

지난해 미국 중앙은행(Fed)이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고 주장할 때도 그는 “경제지표들이 인플레이션이 장기적일 수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편 위원에게 최근 시장과 향후 투자전략에 관해 물었다.

▶현재 증시를 진단한다면.

“한국 증시는 작년 7월부터 하락하기 시작해 15~16개월 연속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주식시장이 부진한 가장 큰 이유는 장기금리가 계속 올랐기 때문이다. 최근 주식시장도 안 좋지만 채권시장은 그야말로 인류 역사상 최악의 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영국 사태를 계기로 채권시장에서 무조건 항복(Capitulation)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지난 주말에도 월스트리트저널(WSJ)에서 Fed가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채권시장이 바닥을 찍으면서 주식시장에서 당분간 안도 랠리가 나올 것 같다.”

▶베어마켓 랠리가 다시 한 번 펼쳐진다는 건가.

“그렇다. 베어마켓 랠리를 전망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먼저 금리가 고점을 찍었다는 점이다. 통상 주식과 채권 가격은 상반된 방향으로 움직인다고 생각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상관성이 깨졌다. 향후 장기금리가 하락 전환하면서 주식도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두 번째는 계절성이다. 미국은 기관투자가들이 결산기에 투자수익률을 올리기 위해 주식을 집중적으로 사고 파는 윈도드레싱 효과가 크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S&P500지수가 48% 급락하다가 연말에 소폭 반등해 ?38%로 마감했다. 마지막으로 중간선거가 끝난 뒤에는 대체로 증시가 오르는 경향이 있다. 물론 시장을 부정적으로 전망하는 근거도 수없이 많지만 이미 대부분 반영된 상태라고 본다.”

▶베어마켓 랠리는 언제까지, 얼마나 지속할 것으로 보나.

“내년 1월 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2500~2600, S&P500지수는 4100~4200 수준까지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 베어마켓 랠리가 끝나고 주식시장은 내년 1분기에 하락 전환해 바닥을 찍을 전망이다.”

▶추세적 상승이 아닌 베어마켓 랠리로 보는 이유는 무엇인가.

“올해 4분기 실적 시즌이 내년 1월 중순부터 시작한다. 미국은 4분기 실적 발표 때 연간 가이던스(회사의 공식 전망치)가 제시되는데 그때 충격을 주는 회사들이 많이 나올 것 같다. 아직 내년 실적에 달러 강세나 경기침체에 대한 부분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본다. 경기침체 우려로 주식시장에 무조건 항복이 나올 경우 S&P500지수는 최대 3000~3200까지 무너질 수 있다. 다만 내년 상반기에 연준이 정책 방향을 바꾸면서 금리가 본격적으로 하락하면 주식시장도 추세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

▶최근 글로벌 IB들은 증시를 어떻게 전망하고 있나.

“대표적인 비관론자인 마이클 윌슨 모건스탠리 수석 전략가가 최근 입장을 바꿔 베어마켓 랠리를 전망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1년 동안 증시를 가장 정확하게 본 IB다. 한편 대표적인 긍정론자인 마르코 콜라노빅 JP모간 전략가는 최근 주식 보유 비중을 축소하겠다고 말을 바꿨다. 강세론자가 항복한 것은 일종의 바닥 징후로 볼 수 있다.”

▶금리가 하락하려면 결국 물가가 안정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물가는 어떻게 전망하나.

“제품 물가와 서비스 물가를 나눠서 보면 제품 물가는 이미 하락 추세다. 수요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많은 기업에서 재고가 급증하고 있다. 문제는 서비스 물가, 그중에서도 렌트비다. 집값은 여러 선행지표가 몇 달 전에 고점을 찍었지만 렌트비는 시간차가 있다 보니 내려가는 속도가 늦다. 하지만 서비스 물가도 결국 하락하면서 CPI는 내년까지 완만한 속도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역기저효과에 따라 전년 대비 인플레이션 변화율에 대한 부담도 상당히 낮아질 것이다.”

▶어떤 업종이나 종목에 집중해야 할까.

“지금까지 금리 상승에 따른 피해를 본 낙폭 과대 성장주를 눈여겨볼 만하다. 금리가 고점을 찍고 내려간다면 성장주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것이다. 국내에선 시가총액이 큰 네이버와 카카오 등이 유망해 보인다. 카카오가 ‘먹통 사태’라는 대형 악재에도 주가가 곧바로 반등한 것을 보면 성장주가 이미 바닥에 근접했다고 볼 수 있다. 성장주 외에 고배당주도 일부 포트폴리오에 담아야 한다. 다만 배당수익률이 한 자릿수대 후반인 고배당주는 배당락이 클 수 있어 내년 1월 이후 펼쳐질 하락장에서 힘들 수 있다. 은행주보다는 통신·증권·생명보험·필수소비재쪽이 유망해 보인다.”

▶마지막으로 개인투자자에게 조언 한 말씀 부탁드린다.

“‘주식은 걱정의 벽을 타고 오른다’는 오랜 격언이 있다. 가장 무섭고 두려울 때가 사기 좋을 순간이다. 비록 단기 전망이 틀릴지언정 장기적으로 볼 때 현재 매수할 만한 가격대인 것은 분명하다. 한 가지 더 얘기한다면 매수·매도 시점에 대한 본인만의 분명한 원칙을 세우라는 것이다. 지금 주식을 사는 투자자라면 언제 매도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분명한 원칙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