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물가에 고통받는 학생들…英 "학교 중 90%는 예산 고갈 위기"

입력 2022-10-24 10:29
수정 2022-10-31 00:01
“해결책이 보이질 않는다. 학교는 뼛속까지 잘려 나가고 있다”

영국 전국교장협회(NAHT)의 폴 화이트만 사무총장은 현재 영국 초·중·고등학교가 처한 상황을 22일(현지시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NAHT에 따르면 영국 학교 10개 중 9개가 내년 예산 고갈 위기에 처했다. 올해는 50%가량이 적자예산을 기록할 전망이다.

에너지 위기와 인플레이션의 여파다. 영국 내에서 52개 학교를 운영하는 오아시스 재단의 스티브 찰크 목사는“학교에서 지출하는 가스 및 전기 비용이 연 2만 6000파운드(약 4215만원)에서 연 8만 9000파운드(1억 4427만원)로 급증했다”며 “이런 추이라면 3년 안에 파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용이 급증했지만, 영국 정부는 지원하지 않을 방침이다. 부채 절감 계획을 따라야 해서다. 제러미 헌트 재무장관은 재정 긴축을 강조해왔다. 그는 교육부를 포함한 전 부서에 예산을 절감할 계획이다. 오는 31일 예산 삭감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인건비도 치솟으며 예산 고갈 속도가 빨라졌다. 영국의 9월 인플레이션이 10%대를 뛰어넘으며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임금 인상률도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10%를 넘겨야 한다. 하지만 영국 교육부는 묵묵부답인 상황이다.

영국 교육부 대변인은 “학교마다 비용 인상 위기에 부닥친 현황을 이해하고 있다”며 “올해 에너지 구호자금을 포함한 538억파운드를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급한 불은 꺼도 내년에 부닥칠 위기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비용 증대가 멈추지 않으면 학교 커리큘럼은 축소되고, 학생 지원책도 줄어든다는 설명이다. 학교신탁협회의 레오라 쿠르다스 회장은 “내년에는 (모든 학교가) 어려울 것”이라며 “학교 재단 적립금은 단 한 번만 사용할 수 있다. 정부가 시급히 개입해야 할 문제다”라고 강조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